[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 후보들이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주요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회수시장 활성화의 핵심으로 꼽히는 세컨더리펀드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0대 정책 공약에 벤처투자시장 육성을 포함했다. 이 후보는 ▲모태펀드 및 벤처·스타트업 연구개발(R&D) 예산 대폭 확대 ▲인수합병(M&A) 촉진을 통한 벤처투자 회수시장 활성화 ▲지역 스타트업파크 조성 등을 약속했다. 회수시장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활성화 방안을 M&A로 국한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인공지능(AI) 산업에 중점을 뒀다.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는 100조원 규모의 민관합동펀드를 조성해 인공지능(AI)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AI 기술 인프라를 확보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경우 10대 공약에서 벤처투자 관련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 벤처투자 시장 관련 공약이 주요 공약으로 부각되자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자금 유입을 촉진할 정책이 현실화하면 침체된 벤처투자 시장에 온기가 돌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VC업계 관계자는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각 캠프에서 벤처투자 활성화를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변화"라며 "시장 회복에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문제는 이 후보와 김 후보 모두 공약을 통해 자금 유입을 촉진하겠다는 의지는 피력했지만 기존 투자금의 회수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모태펀드 출자만 늘리는 게 해답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벤처투자 생태계는 자금 투입 못지 않게 회수가 중요하다. 국내 VC들은 최근 몇년간 펀드 청산과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증시가 부진한 데다 고금리 여파까지 이어지면서 엑시트 통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회수 시장이 막히면 위탁운용사(GP)는 펀드를 청산해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유한책임투자자(LP)도 재출자가 어려워지고 출자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흐름이 반복되면 벤처투자 생태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세컨더리 펀드는 회수시장 활성화의 핵심 수단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어느 후보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세컨더리 펀드를 통해 회수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세컨더리펀드는 기존 펀드가 보유한 벤처기업의 구주를 인수하는 펀드다. 코스닥 시장 부진 등으로 기업공개(IPO)를 통한 엑시트가 막힌 상황에서 세컨더리펀드는 회수시장을 활성화할 대안으로 꼽힌다.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부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모태펀드 출자사업에서 구주 매입을 주목적 투자로 한시 인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관리보수 체계도 전면 개편해 VC의 도전적 투자를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올 초 벤처투자 업계 간담회에서 "2년간 구주 매입을 주목적 투자로 인정해 '투자→회수→재투자'의 선순환을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모태펀드는 신주 투자만 주목적 투자로 인정해왔지만 결성액의 최대 20%까지 구주 매입을 주목적 투자로 간주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도 '성장사다리펀드' 등 세컨더리 펀드 출자를 이어가고 있고 한국산업은행도 지난 2월 '회수시장 활성화 지원 펀드'를 조성했다.
업계에서는 세컨더리 펀드 활성화가 벤처 시장에서 주목하는 분야인 만큼 대선 공약을 통해 정책에 힘을 실었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독립계 VC의 한 관계자는 "주요 후보들이 벤처 육성을 공약으로 제시하긴 했으나 알맹이가 없다"며 "세컨더리 펀드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해내는 중소 VC 입장에선 아쉬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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