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신한라이프생명보험(신용등급 AA+)이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롯데손해보험의 콜옵션 미이행 사태 이후 보험사의 첫 후순위채 발행이라는 점에서 투자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는 오는 27일 10년 만기 5년 콜옵션(조기상환권)을 조건의 후순위채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기본 발행 규모는 3000억원이며, 수요에 따라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발행일은 내달 5일로 예정돼 있다.
희망금리 밴드는 고정금리 기준 3.30~3.90% 수준으로 제시됐다. 이번 발행은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으로 주관한다. 조달 자금은 오는 8월 도래하는 3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 상환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행은 단순한 조달을 넘어, 후순위채 시장의 신뢰 회복 여부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이달 롯데손해보험이 킥스(K-ICS, 신지급여력제도) 비율 기준치인 150%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며 콜옵션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에 후순위채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통상 후순위채 투자자들은 콜옵션 시점을 실질 만기로 간주해 왔다. 하지만 이번 롯데손보 사례처럼 콜옵션이 실제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투자자 인식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에는 '당연히 행사되는 권리'로 여겨졌던 콜옵션이 이제는 '상황에 따라 미이행될 수 있는 선택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처럼 시장의 불안심리가 발생한 가운데 신한라이프는 상대적으로 우려에서 한 발 비켜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킥스비율은 188.3%로, 금융당국의 조기상환 승인 기준을 웃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241.4%) 대비 53.1%포인트 하락했으나 이는 금리 인하와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자본 감소로 해석된다. 이러한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규제 버퍼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후순위채 투자심리는 발행사의 지급여력에 갈릴 수밖에 없다"며 "신한라이프는 킥스비율이 190%에 근접한 수준이고, 펀더멘탈도 탄탄하다고 판단되는 만큼 충분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발행이 성공하더라도, 후순위채 시장 전반에 깔린 불신이 모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킥스비율이 150%에 근접한 일부 보험사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여전히 짙어서다.
업계에서는 동양생명, ABL생명, KDB생명, 푸본현대생명 등을 주요 점검 대상으로 지목한다. 이 가운데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우리금융지주가, KDB생명은 산업은행이 뒷배 역할을 하다 보니, 일정 수준의 자본 지원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상대적으로 외부 지원 기반이 약한 푸본현대생명이 모니터링의 중심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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