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삼성카드가 고금리 한파 등 악화된 업황 속에서도 꾸준한 내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건전성 관리와 실적 증가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특히 최고경영자(CEO)가 김대환 사장에서 김이태 사장으로 바뀌는 상황에서도 삼성카드는 지난해 호실적에 이어 올해 1분기 순이익도 성장, 탄탄한 실적을 보이며 이 같은 평가를 스스로 증명했다.
업계에서는 김이태 사장과 함께 삼성카드의 이 같은 성장을 이끈 숨은 공신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김태선 부사장(경영지원실장)을 꼽는다. 지난해 초 경영지원실장으로 선임된 후 역량을 발휘, 재무건전성 개선을 통해 삼성카드를 10년 만에 업계 1위 카드사로 도약시킨 주요 인물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태선 부사장은 지난해(2024년) 초 경영지원실장으로 선임된 후 삼성카드 재무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앞서 삼성생명 상무로 재직했던 김 부사장은 2022년 12월 삼성카드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금융신사업본부장(부사장)을 1년간 맡은 후 경영지원실장으로 선임됐다.
자리를 옮긴 김 부사장은 지난해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등기임원)로 선임됐다. 과거 CFO직을 맡았던 임원들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던 만큼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김 부사장의 능력을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김태선 부사장 선임 후 성과측정 지표 흐름 개선 '눈길'
삼성카드는 올해 1분기 순이익 184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3.7% 증가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김 부사장이 안정적인 재무건전성 관리를 바탕으로 삼성카드의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숨은 공신으로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것이다. 이는 성과측정 지표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2024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재무지표(EPS·세전이익률·주가수익률 등)와 건전성지표(조정자기자본비율), 비재무지표(시장점유율 등)를 임원 성과측정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삼성카드의 경우 카드사 가운데 유일한 상장사로 재무적 요소가 주가에 반영되는 만큼 ROE(총자산순이익률) 등을 고려하는 타 카드사와 달리 주가와 연동된 재무지표를 임원 평가에 반영한다는 게 특징이다.
물론 이 같은 성과측정 지표만으로 김 부사장에 대한 정확한 성과를 측정할 수 없다. 하지만 CFO 업무의 특성을 고려할 때 성과측정 지표에 활용되는 재무지표 등을 통해 삼성카드 내 김 부사장의 성과 성적표를 유추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살펴본 김 부사장의 성과를 양호하다는 평가다. 우선 대표적 수익성 성과측정 지표인 EPS(주당순이익)는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 3442억원이던 삼성카드의 EPS는 2021년 4753억원, 2022년 5371억원, 2023년 5260억원을 기록했다. 그 결과, EPS 성장률은 2021년 38.2%, 2022년 12.9% 등 호실적과 함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금리인상으로 조달비용 부담이 컸던 2023년 2.1% 감소세를 기록했다.
눈길을 끄는 건 김 부사장 선임 후 다시 EPS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지난해 삼성카드의 EPS는 5736억원으로 전년대비 9.1%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동기대비 3.7% 증가했다.
또 다른 성과측정 지표인 세전이익률 역시 개선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카드의 세전이익률은 23.1%로 전년동기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5년간 삼성카드의 세전이익률이 15.8~22.4%였던 점과 비교해 개선됐다. 특히 2022년 22.4%에서 2023년 20.2%로 하락했던 세전이익률이 3%포인트가량 상승했다는 점은 눈에 띄는 성과로 풀이된다.
2020년 9.44배에서 2022년 5.50배로 낮아졌던 주가수익률(PER) 역시 점차 개선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삼성카드의 PER은 6.88배로 7배에 근접했다.

◆김이태 사장 선임 계기로 CFO 역량 더 주목 받을 듯
삼성카드의 수익성 지표 개선은 안정적인 재무건전성 관리 덕분이다. 특히 카드업계 전반적으로 충당금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대손비용을 줄인 점이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삼성카드는 올해 1분기 1740억원의 대손비용을 인식했다. 전년동기 대비 0.7%, 전분기 대비 14.4%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대손비용(6904억원)은 전년대비 4.3% 감소했다.
실제 1분기말 기준 삼성카드 연체율(1개월 이상)은 1.03%로 전년 동기보다 0.04%포인트, NPL(고정이하여신)비율은 0.8%로 0.1%포인트 내렸다. NPL 채권은 전년동기 대비 6억원 증가에 그친 227억원을 나타냈다.
김 부사장의 또다른 주요 역할인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낮은 금리 확보에 초점을 맞춰 조달비용을 관리한 덕분이다.
삼성카드의 올해 1분기 조달금리는 3.13%로 전년동기대비 0.71%포인트 하락했다. 김 부사장 취임 후 삼성카드의 조달금리는 매 분기 하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올해부터는 김이태 사장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김 부사장의 역할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이태 사장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 외화자금과장 등을 역임한 관출신으로, 2016년 삼성전자 IR(기업설명) 담당임원으로 입사한 후 글로벌커뮤니케이션과 대외협력 팀장, 전략그룹장 등을 거쳤다. 그러나 '재무통'으로 꼽혔던 김대환 전 사장과 달리 기업의 재무 관련 업무를 맡은 이력은 없다.
올해도 부진한 경기흐름이 예상되면서 삼성카드는 강화된 건전성 관리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강화로 자산건전성이 제고되며 1분기 대손비용이 감소했다"며 "올해 부정적인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량회원 확보와 리스크 예측 및 채권회수 등을 통해 안정적 실적 흐름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