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3대 축을 맡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형님'격인 현대차와 기아를 훌쩍 상회하는 30%대 영업이익 증가율을 실현하며 '막내'의 저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현대차‧기아 의존도 줄이기의 열쇠가 될 비계열사 수주는 저조한 성과에 그쳤고, 그룹의 밸류업 지표인 TSR(총주주수익률)은 뒷걸음치고 있다. 또 주력 사업인 모듈 및 핵심부품은 2년 연속 적자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현대모비스 성장 이면에 가리워진 당면 과제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현대모비스가 전동화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 이후를 대비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BSA(배터리시스템), PE(파워 일렉트릭) 시스템을 생산할 글로벌 거점 확보에 집중하며 캐파(CAPA‧생산능력) 키우기에 몰두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완성차 수요가 큰 유럽과 미국에 국한 하지 않고,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으로 영토를 넓히며 포스트 캐즘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모비스의 모듈‧핵심부품 매출은 45조1519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감소했다. 이는 모듈‧핵심부품 부문을 구성하는 3대(전동화‧부품제조‧모듈조립) 사업군에 속하는 전동화의 부진에 기인한다. 지난해 BSA로 대표되는 전동화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45.3% 줄어든 6조6938억원에 그쳤다.
배터리셀 가격이 하락한데다가 조달 방식까지 바뀌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현대모비스는 직접 매입해 오던 배터리셀을 2023년 3분기부터 일부 차종에 한해 완성차 사급(원자재를 사서 공급하는 것)으로 전환했다. 사급으로 전환된 물량은 현대모비스가 자사 매출로 인식하지 않는다.
비록 대‧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전동화 실적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현대모비스는 관련 투자를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전동화 거점을 확장해 캐즘 이후 급증이 예상되는 부품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년 하반기까지 국‧내외에 11개 생산시설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먼저 유럽에서는 슬로바키아 노바키 지역에 PE시스템 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하반기까지 3500억원을 투입해 연간 30만대 규모의 PE시스템 생산력을 갖춘다는 목표다. PE시스템은 전기모터와 인버터, 감속기가 통합된 구동 장치로 BSA와 더불어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현대모비스가 유럽에 PE시스템 생산 거점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체코와 스페인에 전동화 공장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들 시설에서 생산되는 부품은 BSA에 해당한다. 현대모비스는 기아,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슬로바키아를 낙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볼보도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현지에 연간 25만대의 전기차를 제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외에도 내년 하반기 튀르키에와 스페인에 각각 BSA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 중에서 스페인 나바라주(州)에 들어설 공장은 연간 36만대의 캐파를 갖춘 폭스바겐 전용 공장으로 쓰일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내년 양산이 시작된 후에도 2030년까지 나바라 공장에 총 1700억원을 투자해 시설을 업그레이드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완성차 격전지인 미국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하반기까지 총 4개 전동화 시설이 들어선다. 현대차그룹의 '신(新)생산기지'인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가 위치한 서배너에 BSA와 PE시스템 공장을 1개씩 마련했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하반기 현대차 공장(HMMA)이 자리해 있는 알라바마에도 BSA 공장을 세웠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오하이오에 스텔란티스의 플러그드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에 공급할 BSA 생산시설을 추진 중이다.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영토 확장 청사진은 유럽과 북미 한정되지 않는다. 신흥국이 포진해 있는 아세안(ASEAN)에서도 신규 거점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지난해 하반기 인도 첸나이 지역에 BSA 공장을 마련한 데 이어, 내년에는 PE시스템을 생산할 수 있는 신공장도 구축할 예정이다. 인도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는 현대차그룹의 현지 전략과 궤를 맞추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올해 크레타 EV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5종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기아도 카렌스 EV를 통해 14억명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 시장 선점에 나선다.
해외 진출을 위한 베스트 베드(Test-Bed) 역할을 할 수 있는 국내 거점 확보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 안으로 충청북도 충주의 동충주 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BSA 공장을 가동한다는 목표다. 현대모비스는 최대 5000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수요 확대에 따라 2031년까지 공장을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전동화 핵심 부품인 PE시스템과 BSA 등 중장기 물량에 대비해 미주와 유럽 등에서 신거점을 확보하고, 해당 시설이 조기에 안정화 될 수 있도록 힘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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