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트리플 A'를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트리플 A 그랜드슬램 달성의 열쇠를 쥐었던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 상향에 나서면서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 내 현대자동차그룹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신용도 상승에도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31일부로 현대자동차·기아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긍정적)'에서 'AAA(안정적)'으로 조정했다. 등급 상향 요인은 ▲시장 내 현대차그룹 지위 개선 ▲안정적인 수익성 유지 전망 ▲영업현금창출력에 기반한 재무안정성 개선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2~3년새 도요타·폭스바겐 그룹 등 내노라하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들어서는 시장 2위를 달리는 폭스바겐그룹과 현대차그룹 간 판매량 격차가 축소됐다는 게 한기평 측 설명이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국내 신용평가사에서 인정한 '신용도 우등생' 입지를 확실히 굳히게 됐다. 한신평과 나신평은 일찌감치 현대자동차·기아에 트리플 A 등급을 부여했다. 한신평의 경우 지난 9월11일 양사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긍정적)에서 AAA(안정적)으로 올린 바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기아의 장기신용 등급을 'AA+(긍정적)'에서 'AAA(안정적)'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장기신용 등급은 기업 재무 건정성과 장기적인 채무 이행 능력을 두루 평가하는 지표로 통한다. 장기신용 등급과 달리 무보증 사채등급은 특정 채권의 상환 가능성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신평 측은 "기아는 올해 6월 말 기준 부채비율 69.3%, 순차입금의존도 -18.4%를 기록하는 등 재무안정성이 극히 우수한 수준"이라면서 "전동화 및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전환 등 미래사업 투자가 확대되겠지만 차입금을 크게 상회하는 현금성자산과 풍부한 현금흐름 규모를 고려했을 때 재무안정성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높아진 현대차그룹의 위상이 기업 신용도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 모습이다. 나신평 역시 이날 등급을 조정한 근거로 ▲제품경쟁력 확보에 따른 견고한 판매실적 유지 기대 ▲미국 등 주요 시장 판매 비중 확대 및 제품 믹스 개선 ▲풍부한 현금유동성 보유 등 재무안정성 유지 전망 등을 제시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양사의 신용등급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와 피치는 현대자동차·기아에 투자 적격 등급인 'A-'를, 무디스는 'A3'를 부여했다. 특히 현대차·기아와 도요타·BMW·메르세데스-벤츠 등 8개사만이 무디스에서 A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신용도 상승'과 '글로벌 위상 확대'는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기념비적인 성과로 남을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신용등급 A를 획득해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그룹 측은 지난 9월 한신평의 AAA 신용등급 부여와 관련해 "최근 글로벌 3대 신용평가기관에서 신용등급 'A'를 받은 데 이어 국내 대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도 최고 등급을 받은 것은 현대차·기아의 재무 건전성과 시장 경쟁력이 높게 평가받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앞으로도 재무건정성과 수익성을 강화해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은 지난달 14일 취임 4주년을 맞았다. 정 회장은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에 올라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해왔다. 이후 2021년 10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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