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 상승 릴레이가 이어지면서 한국기업평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기아에 최우량 등급인 AAA를 부여하는 않은 신용평가사는 한기평이 유일해서다. 한기평은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완성차 톱3 지위를 굳히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향후 등급 변동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6일 크레딧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현대차와 기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AA+/긍정적에서 최고 등급인 AAA/안정적으로 상향했다.
한신평이 현대차·기아에 AAA 등급을 부여한 배경으로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 내 입지 강화 ▲업계 최상위 수준의 시장변화 대응력 ▲이익창출력 개선 ▲우수한 재무구조가 꼽힌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캐즘, 내수시장 침체 등 비우호적 환경이 심화된 가운데서도 제품 믹스 등을 통해 글로벌 3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은 지역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현대차는 완성차 격전지인 미국을 비롯해 인도, 체코,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에 마련된 생산시설을 통해 지역별 대응력을 갖추고 있다. 기아도 미국을 포함한 멕시코, 인도, 슬로바키아 등 6개 지역에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전용 플랫폼인 E-GMP 구축 등으로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성인 전기차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한 점도 긍정적으로 봤다. 비록 전기차 캐즘으로 인해 그룹의 전기차 판매량이 줄었지만 하이브리드(HEV) 신차 투입을 통해 이를 보완했다는 분석이다.
또 판매단가 상승 등 구조적 개선을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시현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실제 현대차의 경우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6% 초반대를 보인 EBITDA/마진율이 12%에 이르고 있다. 같은 기간 기아의 EBITDA/마진율도 7%대에서 15%대로 근접했다. 또 두 회사 모두 16조원 수준의 순현금을 보유하는 등 견고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으로 봤다.
이로써 현대차는 국내 3대(한신평·나신평·한기평) 신평사 가운데 2곳에서 AAA를 획득하게 됐다. 지난 4월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 크레딧 업계 중 가장 먼저 현대차에 AAA 등급을 부여했다. 한기평으로부터 AAA 등급을 얻게 되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되는 셈이다.
기아에 AAA 등급을 부여한 신평사는 한신평 한 곳에 불과하다. 현대차에 AAA를 부여한 나신평은 기아에 AA+/긍정적을 매겨 놓은 상태다.
현대차와 기아 어느 곳에도 AAA를 매기지 않은 곳은 한기평이 유일하다. 지난 4월 한기평은 정기평가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의 무보증사채 등급을 기존 AA+로 유지하면서도 등급전망은 안정적(S)에서 긍정적(P)으로 상향했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AAA 직전 등급인 만큼 추후 이뤄질 한기평 평가에서 등급상향이 이뤄질 여지가 다분해 보인다는 분석이다. 한신평처럼 수시평가나 정기평가에서 현대차와 기아 모두에게 AAA를 부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기평이 제시한 등급상향 변동 요인을 상당 부분 충족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기평은 등급 변동 조건으로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의미 있는 수준으로 회사의 역량이 격상되는 것과 더불어, 각종 리스크 등에 대응 가능한 재무 완충력을 지닐 것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한신평이 이러한 조건에 후한 점수를 매긴 만큼 한기평도 유사한 견해를 보일 것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한기평이 요구한 구체적인 재무 수치를 상당 부분 충족하고 있다. 지난 2분기 현대차의 EBITDA/마진율은 11.9%로 한기평 기준(12%)에 근접했다. 기아는 한기평 기준치(13.5%)를 상회하는 15.4%의 EBITDA/마진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AAA는 최고 등급인 만큼 기업의 펀더멘탈에 확신이 들 때 비로소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완성차 시장 지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데에 상당 부분 동의하고 있고, 앞으로 평가 기준에 맞춰 모니터링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