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올해 상반기 부진한 성적을 거둔 캡스톤파트너스의 주가가 오히려 반등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초기부터 꾸준히 투자해 온 당근이 지난해 흑자전환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당근의 경우 수익성 개선으로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커진 만큼 캡스톤파트너스의 향후 투자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관리보수 확대에도 상반기 지분법손실 전년比 3배 '훌쩍'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캡스톤파트너스의 누적 영업수익은 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34억원) 3.8% 증가했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6.1%(12억원→9억원), 순이익은 26.2%(9억원→7억원) 각각 감소했다.
영업수익 확대는 조합관리보수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캡스톤파트너스의 조합관리보수는 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29억원) 9.5% 증가했다. 이는 전체 영업수익(35억원)의 92.4%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관리보수는 벤처조합을 운용하면서 받는 월급 성격의 보수를 말한다.
특히 지난해 결성한 펀드의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관리보수가 새롭게 유입된 영향이 컸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지난해 3월과 11월에 '캡스톤 스케일업 투자조합(500억 규모)'과 '2023 IBK, 캡스톤K-유니콘투자조합(320억 규모)'을 각각 결성했다. 이에 올해 상반기 해당 펀드들로부터 총 6억원 가량의 관리보수를 수령했다.
다만 관리보수 증가에도 지분법손실이 커지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시장 환경 악화로 대부분 피투자기업의 평가가치가 하락한 탓이다. 올해 상반기 캡스톤파트너스의 지분법손실은 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000만원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총 22개에 달하는 벤처 펀드 가운데 7개 펀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분법손실을 입었다.
지분법손실이 가장 두드러지는 펀드는 지난 2021년 결성한 300억원 규모 '서울-캡스톤 플랫폼 투자조합'이다. 올해 상반기 해당 펀드의 지분법손실은 1억원 가량으로 총 지분법손실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이밖에 ▲2019 캡스톤 초기 투자조합 5000만원 ▲캡스톤 스케일업 투자조합 4000만원 ▲캡스톤 라플라스 초기 바이오 투자조합 1000만원 등 지분법손실을 냈다.
◆2016년 투자한 당근 호실적…잭팟 기대감에 주가 '반등'
올해 상반기 캡스톤파트너스가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과는 별개로 이 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오히려 커졌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주가가 최근 반등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8일 종가 기준 2660원까지 떨어졌던 이 회사의 주가는 같은 달 14일 장중 최고 4405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일주일 만에 주가가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캡스톤파트너스의 주가가 반등한 배경에는 이 회사의 주요 포트폴리오인 당근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당근은 별도기준 2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173억원)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당근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가면서 투자자인 캡스톤파트너스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캡스톤파트너스의 경우 일찍이 당근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초기 투자부터 팔로우온(후속투자)까지 단행하며 힘을 실어준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 2016년 당근의 시리즈A에 투자한데 이어 시리즈B·C·D 등 거의 모든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누적 투자액은 174억원에 달한다. 캡스톤파트너스가 첫 투자에 나선 지난 2016년 80억원에 불과했던 당근의 기업가치는 현재 장외거래 기준 2조원 안팎으로 평가받고 있다.
9일 종가 기준 캡스톤파트너스의 주가는 2920원으로 지난달 고점 대비 다소 낮아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캡스톤파트너스의 주가가 다시 오름세로 접어들 것으로 점치고 있다. 당근의 2년 연속 흑자 달성에 청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IPO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캡스톤파트너스가 보유한 당근 지분이 상당한 만큼 향후 '잭팟'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VC의 경우 주요 포트폴리오 실적에 발맞춰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캡스톤 역시 피투자기업인 당근이 호실적을 이어가면서 주가가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캡스톤은 초기부터 당근에 투자한 VC였던 만큼 향후 당근이 IPO에 성공한다면 상당한 투자 성과를 거둘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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