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조업계가 저출산·고령화 기조 고착화에 거침없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장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조 서비스 가입자 수는 2014년 300만명에서 올해 800만명으로 뛰었다. 불과 10년 전 상조업은 횡령과 배임, 먹튀 등 부정적 이슈로 수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며 골칫덩이 취급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300곳이 넘는 상조회사가 폐업하는 등 '옥석 가리기'가 진행됐다. 국내 상조업계는 과거의 무거운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객 생애 전반을 케어하는 '토탈 라이프 케어' 기업으로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딜사이트는 국내 5대 상조회사의 경영 현황과 향후 사업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는 올해 프리드라이프 매각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VIG파트너스가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한 시점으로부터 4년 만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다. 프리드라이프는 지난 4년 간 부금선수금 2조원을 돌파하고 타 경쟁사들과도 차이를 벌리며 압도적인 '업계 1위'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VIG파트너스와 원매자들 사이 프리드라이프 몸값을 두고 이견이 생기는 탓에 매각 작업을 잠정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는 프리드라이프에 대한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 주관사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로 대상은 VIG파트너스 지분 78%와 마스턴파트너스 지분 10%, TS인베스트먼트 지분 7% 등이다. VIG파트너스는 프리드라이프에 대한 동반매각참여권(태그얼롱)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각 희망가는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VIG파트너스는 지난 2020년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했다. 업계에서 알려진 인수 대금은 약 3000억원 수준이다. 이후 VIG파트너스는 2016년부터 인수해온 좋은라이프, 금강문화허브, 모던종합상조 등 상조업체를 프리드라이프에 흡수합병시키는 '볼트온'을 실행했다. 이에 프리드라이프는 2021년 기준 부금선수금 1조5497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프리드라이프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대형 상조업체로 고객들이 몰리는 상조업계의 특성상 고객 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실제 프리드라이프의 부금선수금 규모는 2019년 9497억원에서 올해 3월말 2조2964억원으로 급등했다. 업계 2위인 보람상조와의 부금선수금 차이를 1000억원 수준에서 8000억원까지 벌렸다.
VIG파트너스는 엑시트에 성공하게되면 프리드라이프 인수 4년 만에 약 1조원 가량의 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프리드라이프는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33%에 달하고 부금선수금을 통한 금융수익도 800억원(전년 동기 대비 83%↑)을 넘겼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매물로 통했다. 실제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케피탈과 텍사스퍼시픽그룹이 유력한 원매자로 떠오르면서 엑시트 작업도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하지만 프리드라이프의 사업 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국내 대부분 상조업체들은 고객에게 일정 금액을 받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로 분류된다. 몫돈이 드는 장례식을 치르기 위한 할부금을 미리 납부하는 셈이다. 바로 이 점이 엑시트 과정에 문제가 됐다. 해외에선 대부분 장례식을 치른 후 돈을 납부하는 후불식 장례서비스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상조산업과 장례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외국계 원매자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베인케피탈과 텍사스퍼시픽그룹가 올해 2월에 시작한 실사는 5월이 지나도록 종료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VIG파트너스와 협상을 중단하고 국내외 원매자 4곳과 새로운 협상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다만 아직까진 이렇다 할 결과가 도출되진 않은 상태다.
VIG파트너스는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프리드라이프의 기업 가치 하한선까지 설정했다. VIG파트너스가 지난 7월 KKR에 프리드라이프 지분 20%를 약 2000억원에 매각한 것이다. 이는 VIG파트너스가 프리드라이프의 기업가치가 최소 1조원이며 그 이하 가격으로는 매각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VIG파트너스가 원매자를 찾지 못할 경우 프리드라이프 매각을 잠정 중단할 수도 있다는 전망들이 나온다. 통상 사모펀드의 엑시트 시점이 5년임을 감안하면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상조업계가 최근 호황을 맞았고, 프리드라이프도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지분 매각과 관련해선 확인해줄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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