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조업계가 저출산·고령화 기조 고착화에 거침없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장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조 서비스 가입자 수는 2014년 300만명에서 올해 800만명으로 뛰었다. 불과 10년 전 상조업은 횡령과 배임, 먹튀 등 부정적 이슈로 수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며 골칫덩이 취급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300곳이 넘는 상조회사가 폐업하는 등 '옥석 가리기'가 진행됐다. 국내 상조업계는 과거의 무거운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객 생애 전반을 케어하는 '토탈 라이프 케어' 기업으로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딜사이트는 국내 5대 상조회사의 경영 현황과 향후 사업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보람그룹이 노조와의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했다. 노조 측이 요구한 영업사례금(현장 수당) 반영을 일부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다. 다만 이번 협상이 보람상조리더스에 근무하는 정직원에게만 국한된 만큼 그룹 내 타 상조계열사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들도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보람그룹의 상조부문 계열사 보람상조리더스는 이달 9일 오후 2시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보람상조지회와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타결했다. 양측은 이번 교섭을 통해 ▲기본금 4% 인상 ▲일부 품목 수익금 15% 현장 수당 지급 등 내용이 담긴 협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보람상조리더스 소속 장례지도사들은 장례식장 일부 품목(꽃, 수의, 관 등)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의 15%를 현장 수당으로 지급받는다. 이는 장례지도사들이 장례 현장에서 필요한 꽃, 제단, 수의 등 일부 품목을 알선하는 행위를 업무의 일환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보람상조리더스와 보람상조지회는 앞서 '영업사례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영업사례금은 장례지도사가 유족에게 꽃, 수의, 관 등 일부 품목을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수입이다. 예를 들어 상조업체와 장례식장 운영사가 계약한 꽃 업체가 서로 달라 갈등이 생길 경우 장례지도사는 이를 중재하면서 실제 꽃 판매 금액과 상주가 지불한 금액의 차액을 가져가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보람상조리더스가 올해 2월부터 소속 장례지도사들에게 영업사례금의 전액을 회사로 납입하라고 요구하면서부터다. 이에 노조 측은 영업사례금은 30여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업계 관행이며 낮은 기본금에 영업사례금 조차 없으면 버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람그룹 측은 영업사례금은 일종의 '리베이트'로 볼 수 있어 불법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보람상조지회는 올해 5월21일 파업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민광기 보람상조지회장은 "상조업계 30년이 넘도록 이어진 관행 수입을 법정 수당으로 인정해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다"며 "협상이 이뤄지지 않다가 (회사는) 지난 설부터 징계통지서를 날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노사갈등은 임단협 과정에서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며 봉합됐다. 수익금의 15%를 정식 수당으로 인정한다는 조항은 영업사례금 60%를 회사에 납입하는 안을 제시한 보람상조지회와 영업사례금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보람그룹이 합의점을 찾은 결과다. 이번 임단협 결과에 민 지회장은 "모든 노동자에 대한 권리를 확립하기 위해선 노동조합이 있어야 한다"며 "파업은 마무리됐고 (이번 임단협 이후) 회사와 원만히 가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결과가 보람상조리더스에 국한됐다는 점에서 향후 형평성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보람상조지회는 보람그룹이 2020년 재향군인상조회(현 보람상조리더스)를 인수하면서 고용 승계된 10여 명의 장례지도사로 구성돼 있다. 즉 이번 협상 결과가 보람상조개발·라이프·피플·애니콜·실로암·플러스 등 6개 계열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보람그룹 관계자도 "이번 협상은 보람상조리더스에만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에 상조업계에선 보람그룹 내 다른 계열사 장례지도사들 사이에서 불만이 새어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속 장례지도사들을 직고용하고 있는 보람그룹이 그 동안 영업사례금을 '불법'으로 규정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보람그룹 입장에선 더 이상 갈등의 불씨를 키우지 않는 것이 향후 과제로 남았다.
한 상조업계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영업사례금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를 회사 수익으로 잡을 수 있다"며 "영업사례금도 결국 회사가 규정을 잡기 나름인데 타 계열사에서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적절한 중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현재 보람상조개발·라이프·피플·애니콜·실로암·플러스 등 6개 계열사에는 별도의 노동조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람상조는 소속 장례지도사들을 직고용하고 있지만 정해진 기간이 없는 '무기계약직' 형태이며 일정기간 마다 재계약을 통해 임금 등을 협상한다. 다만 계약사항에는 회사 측이 피고용자를 지방으로 발령낼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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