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조업계가 저출산·고령화 기조 고착화에 거침없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장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조 서비스 가입자 수는 2014년 300만명에서 올해 800만명으로 뛰었다. 불과 10년 전 상조업은 횡령과 배임, 먹튀 등 부정적 이슈로 수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며 골칫덩이 취급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300곳이 넘는 상조회사가 폐업하는 등 '옥석 가리기'가 진행됐다. 국내 상조업계는 과거의 무거운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객 생애 전반을 케어하는 '토탈 라이프 케어' 기업으로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딜사이트는 국내 5대 상조회사의 경영 현황과 향후 사업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보람그룹 오너일가가 본격적인 승계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수년 간 그룹 지배구조를 재편하고 계열사를 통한 신사업을 적극 전개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향후 승계 과정에서는 그룹 내 상조계열사들이 적극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그룹의 '오너 2세'들도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 성과를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보람그룹은 최철홍 회장 중심의 가족경영 형태를 띈다. 최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보람상조개발(71%)는 물론 비아생명공학(100%), 보람정보산업(100%), 보람상조라이프(100%) 등의 최대주주로 올라있다. 최 회장의 아내 김미자 씨는 보람상조피플 지분 100%를 보유 중이고 최 회장의 장남과 차남은 각각 보람상조개발 지분 14.5%를 가지고 있다.
최 회장은 1991년 12월 보람상조개발을 설립했다. 지난 33년이라는 기간 동안 보람상조는 국내 업계 1위 상조회사로 자리매김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1957년생인 최 회장 입장에선 곧 일흔을 바라보고 있기에 본격적인 2세 경영 준비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시장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최 회장의 장남인 최요엘 상무와 차남인 최요한 이사는 현재 보람그룹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후계구도가 명확히 정해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오너 2세들은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보람그룹이 올해 '상조 3.0' 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업계 1위' 탈환을 목표로 삼은 만큼 향후 신사업에서 누가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입증하느냐가 후계 선정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보람그룹은 앞서 지배구조 다듬기에도 적극 나섰다. 먼저 2018년부터 그룹 내 상조회사를 굵직한 덩어리로 묶는 작업을 선행했다. 이 과정에서 보람상조프라임(개발로 흡수)·보람상조플러스(개발)·보람상조임팩트(피플)·보람상조나이스(피플)·보람상조유니온(라이프)·보람상조리더스(피플)·매방상조(애니콜) 등이 타 계열사에 흡수합병됐다.
이후에는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을 단행했다. 이는 그룹의 중심 축을 비아생명공학(전 보람홀딩스)에서 보람상조개발로 옮기는 작업이다. 보람상조개발은 ▲2019년 한국힐링라이프주식회사를 시작으로 ▲2020년 재향군인회상조회(현 보람상조리더스)·향군상조투어(현 봄팩토리)·한국상조보증 ▲2021년 보람카네기 ▲2023년 보람바이오·보람컨벤션 등 계열사들을 연결 편입시키며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람상조개발의 자산총계도 2018년 3547억원에서 2023년 8992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보람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이유는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해 승계를 준비하면서도 신사업의 안정적인 확장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람그룹은 올해 반려동물·생체보석·바이오·MICE·실버케어 등 5대 신사업을 펼치고 있다. 즉 신사업에 막대한 투자금이 투입될 예정인데 지주회사 체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개별 자회사의 자본구조를 조정하기 쉽고 주식이나 채권 발행 등으로 그룹 전체에 자금을 조달해 차입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후 후계자 윤곽이 드러나게 되면 보람그룹은 오너일가가 소유한 상조회사들을 승계 과정에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상조회사의 경우 고객이 지불하는 부금선수금이 '부채'로 처리되기 때문에 상속증여세법상 기업가치(비상장)와 실제 기업가치의 간극이 존재한다. 현재 시장에서 기업가치 1조로 논의되고 있는 프리드라이프의 상속증여세법상 기업가치가 3700억원에 그치는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보람그룹은 비아생명공학, 보람상조라이프, 보람상조피플 등 개인회사들을 후계자에게 증여하고 이후 보람상조개발과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합병 과정에선 상조회사 기업가치의 기준이 되는 부금선수금과 고객 유지구좌 등을 바탕으로 한 지분교환 방식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보람상조개발(4566억원)과 보람상조라이프(3513억원), 보람상조피플(2004억원)의 부금선수금 규모가 기준으로 정해진다면 각각 1대 1.298 1대 2.278의 합병 비율이 도출된다. 이 경우 보람그룹 후계자는 별도의 금액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보람상조개발 지분을 대거 확보하면서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한편 보람그룹 관계자는 "승계와 관련된 것에 대해서는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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