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하고 있는 교육 미디어 기업 아이스크림미디어가 기업가치 산정 논란 휩싸였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교육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시장가치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도한 밸류에이션을 책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지난 12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총공모주식수는 246만주, 희망 공모가액은 3만2000~4만200원을 제시했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밴드 상단 기준 5251억원이다. 대표 주관사는 삼성증권으로,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은 내달 21~22일로 예정됐다.
최근 국내 교육업계는 급격한 시장 악화를 겪고 있다. 주요 고객층인 초·중·고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출생아 수는 2000년 63만명에서 2017년 35만명으로, 2023년엔 23만명으로 줄었다. 국내 교육기업들의 매출이 대부분 내수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잠정적 시장 규모가 절반 이하로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주요 교육 기업들의 기업가치도 점점 쪼그라드는 모습이다. 주요 교육기업인 메가스터디교육, 대교 등의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이들의 기업가치는 몇 년 새 30~40% 이상 하락했다. 2021년 9774억원으로 '1조 클럽' 입성을 눈앞에 뒀던 메가스터디교육의 시가총액은 24일 기준 6052억원으로, 웅진씽크빅은 같은기간 3667억원에서 2274억원으로 몸집이 작아졌다.
주목할 부분은 지속적으로 영업상황이 악화되는 웅진씽크빅·대교 등과 달리 메가스터디는 최근 몇 년간 실적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시가총액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를 '교육 기업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악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로 보고 있다.
메가스터디교육은 지난 2016년 3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이후 2019년 596억원, 2021년 990억원, 2023년 1274억원을 기록하며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기존 중·고등학교 교육시장으로부터 눈을 돌려 메가MD, 엘리하이 키즈 등 전 연령대로 교육 사업을 확대한 성과다.
그러나 주가수익비율(PER)은 2021년 말 기준 12배에서 2022년 말 9배, 2023년 말 7.5배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4일 종가 기준으로 6.8배까지 하락했다. 실적에 관한 각종 지표가 호전되고 있음에도, 시장 축소 등 악화된 업계 전망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감안하면 아이스크림미디어의 밸류에이션 책정(PER 21배)이 다소 과도하다는 지적하는 이유다. 아이스크림미디어의 지난해 매출은 메가스터디교육과 비교해 8분의1 수준, 영업이익은 4분의1 수준인데 반해 시가총액은 밴드 상단 기준 5251억원으로, 메가스터디교육(6052억원)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사업별 매출 구조 등을 살펴보더라도 투자자에게 아이스크림미디어가 설정한 밸류에이션을 납득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스크림미디어의 매출은 검정교과서 중심의 교육출판 부문 매출이 가장 높고, 교육부 배정 예산으로 학습용 교구를 구입하는 '아이스크림몰'의 매출이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즉 대부분이 예산 한도가 정해져 있는 '정부향 매출'이다. 이를 감안하면 아이스크림미디어를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으로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 밖에도 IB업계에서는 교육출판(검정교과서) 부문 실적의 불안정성 역시 높게 설정된 밸류에이션과는 어울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년간 매출에 가장 크게 기여했던 아이스크림미디어의 교육출판 부문의 매출은 2022년 498억원(47.8%), 2023년 684억원(55%)에서 올해 1분기 기준 9억원(7%)으로 줄었다.
시장 일각에서는 아이스크림미디어가 지난 2019년 고평가 논란 속 상장한 관계사 아이스크림에듀와 비슷한 주가 추이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이스크림에듀는 상장 당시 밸류에이션 논란을 비롯해 상장 이후 특수관계인들의 오버행 물량 등의 영향으로 24일 종가 기준 공모가 1만5900원보다 약 80% 하락한 3090원을 기록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아이스크림미디어가 10배 내외의 PER을 제시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20배 이상을 제시한 것은 다소 의외"라며 "최근 IPO 시장의 열기가 한 풀 꺾인 것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이 이 같은 밸류에이션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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