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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때리면 美가 손해"…반도체 관세 현실화 낮아
신지하 기자
2026.02.24 09:00:17
AI·빅테크 부담 고려해야…트럼프 정책 변동성에 불확실성 지속될듯
이 기사는 2026년 02월 24일 08시 0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분주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관세였던 한국 반도체까지 관세 대상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 관세가 미국 빅테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다만 정책 방향이 수시로 바뀌는 만큼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하루 만에 세율이 급변할 정도로 높아진 불확실성에 업계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단에도 강경한 통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위법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하루 만에 이를 15%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통상 수단도 거론되면서 관세 압박의 불똥이 그동안 무관세였던 한국 반도체로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전문가들은 반도체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메모리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매길 경우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이는 인공지능(AI)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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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관세 부과의 실효성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한국의 주력 메모리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관세를 붙이면 결국 엔비디아 같은 미국 기업이 더 비싸게 사야 한다는 의미"라며 "그 비용을 자국 기업이 떠안게 되는데, 그게 과연 미국 산업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만드는 HBM은 AI 산업의 핵심 부품으로, 가격 상승은 곧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미국이 AI 인프라 확대에 속도를 내는 국면에서 반도체 가격을 끌어올리는 조치는 자국 정책 목표와도 충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반도체 관세의 파급력을 감안하면 실제 부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그는 "반도체 관세가 그동안 0%로 유지돼 왔다는 점 자체가 미국이 역효과를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관세를 무리하게 인상할 경우 물가 부담은 물론 IT 산업 경쟁력 저하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미국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동성이 큰 만큼 반도체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의 실효성은 낮더라도 대미 투자 협상이나 통상 압박 수단으로 관련 카드가 다시 거론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당장 방향을 단정하기보다 정책 흐름을 면밀히 지켜보며 대응 수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교수는 "지금처럼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는 어떤 전략을 미리 세워두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추가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은 변수 관리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이번 사안은 미리 계획을 짜놓고 가는 방식이라기보다 사안과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관세 수준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기업들도 시나리오를 나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정책 변동성이 큰 만큼 당분간은 예의주시하면서 대응 수위를 조정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오는 4월 반도체 관세에 대한 방침이 명확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4월 중순 경 미국 상무장관이 90일 동안의 반도체 관세 논의 결과를 보고하는 절차가 예정돼 있어, 해당 결과에 따라 반도체 품목에 대한 관세율 조치가 추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는 무관세 품목으로 직접 영향은 없지만, 경기 전반에 미칠 간접적 영향은 주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도 이번 판결을 계기로 미국의 관세 근거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신설된 15% 관세 체계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가별 예외 인정을 받기 위한 통상 외교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단체와 주요 협회 등과 개최한 민관협동 대책회의에서 "국익 극대화라는 원칙을 기반으로 한미 관세 합의를 통해 확보한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고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미측과 우호적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는 인공지능(AI) 투자 활황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 관세 부과 시 우리보다는 미국 기업들의 고민이 커질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 정책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커 마냥 유리하게만 바라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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