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삼성SDI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에 착수한 가운데 에너지저장시스템(ESS)용 배터리 사업에 속도를 낸다.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기지로 구축했던 미국 현지 공장을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 공장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무 체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10조원에 육박하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실탄은 사업 추진에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경영진은 최근 이사회 보고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을 공식화했다. ESS 배터리 시장 확장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시급한데 현금고는 넉넉하지 않아서다.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으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 수요 정체는 길어지면서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ESS용 배터리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국면에 있다. 미국의 ESS 배터리 시장은 올해 100GWh에서 2028년 130GWh로 확대될 전망이다. AI데이터센터 증가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삼성SDI도 미국 생산시설 리밸런싱에 착수했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구축한 공장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삼성SDI는 인디애나주 코코모에서 스텔란티스와 합작 1공장을 가동 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SDI의 스텔란티스 합작 1공장은 8GWh씩 4개 라인이다"며 "이중 3개 라인을 ESS용 LFP 생산시설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지금 ESS용 배터리 캐파는 20GWh다. 올해 말까지 30GWh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가운데 합작 1공장 전환을 통해 대응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시장 수요 정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시설을 재배치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제로 평가된다.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와 관세 영향 등으로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갖춘 비(非)중국 기업에는 사업 기회가 커지고 있어서다.
ESS용 배터리 생산 라인 재배치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보유 자산 매각은 회사 유동성에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는 요소다. 설비투자(CAPEX) 규모는 2024년(6조6000억원)보다 줄었지만 올해도 3조원 안팎으로 전망된다. ESS용 배터리 생산 라인 전환 등에 자금이 집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는 지난해 1조7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재무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다. 2025년 기준 삼성SDI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7923억원을 기록했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조3790억원에 달했다. 본업으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현금흐름인 셈이다. 순차입금의 경우 지난해 말 9조1600억원으로 에비타의 87배에 달했다.
보유 자산 매각으로 스텔란티스 합작 2공장 투자에도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해당 공장은 2027년 가동 예정으로 34GWh 규모에 투자 예정 금액만 5조5000억원가량이다. 전기차용 배터리와 ESS용 배터리 물량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 관계자는 "합작 2공장은 기초 공사를 진행하는 상황으로 정해진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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