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홈플러스가 SSM(기업형 슈퍼마켓)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분리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논의가 매각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 제한 시간 내 배송이 허용될 경우 전국 310여개에 달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의 경우 즉각 도심형 물류센터(MFC)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유통산업의 핵심 축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오프라인 슈퍼마켓은 사양 업종으로 취급됐고 이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매각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그간 우세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새벽배송의 허용이 논의되면서 SSM사업에 대한 재평가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현재 전국 주요 거점에 310여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점포는 대부분 주거 밀집 지역에 위치해 소비자 접근이 용이하다. 하지만 기존 규제 환경에서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제한돼 배송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유통법 개정으로 심야 배송 제한이 풀리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은 별도의 물류센터 조성 없이도 새벽배송을 시작할 수 있다. 외곽 물류센터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구조인 기존 쿠팡, 컬리 등 서비스와 달리 이미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배송 거리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닌다. 콜드체인(냉장 배송 시스템) 인프라 역시 기존 매장 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 초기 투자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규제 완화 기대감은 잠재적 인수 후보군의 범위를 넓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는 한국 내 물류 거점 확보가 시급한 차이나 커머스(C-커머스) 세력이 꼽힌다. 이들이 전국 310여 개 점포망을 구축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할 경우 물류인프라 조성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면서 단숨에 전국 단위 신선식품 새벽배송망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자산이 없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에게도 익스프레스의 도심 밀착형 거점은 쿠팡에 대응할 최적의 전략자산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유통 대기업과 물류 전문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편의점 기반의 유통기업은 점포 대형화와 퀵커머스 효율화를 위해 SSM 인수를 검토할 수 있는 구조다. 기존 슈퍼마켓 사업과의 시너지는 물론, 규제 해소 시 점포 유휴 공간을 심야 배송 허브로 전환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자사 배송망 확대를 노리는 대형 물류 기업들까지 가세하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은 단순한 자산 정리를 넘어 유통·물류 업계의 주도권 재편을 공고히 하는 전략적 M&A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게 규제 완화는 매각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결정적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간 SSM은 이커머스에 밀려 사양 산업으로 인식됐지만 이번 규제 완화 논의 덕분에 '라스트 마일(Last-mile, 최종 배송 단계)' 경쟁의 핵심 자산으로 재평가될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익스프레스의 몸값이 단순히 오프라인 매출액 기준을 넘어 온라인 배송 허브로서의 미래 가치가 반영된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각 측은 규제 해소 시 기대되는 수익 창출 능력(ROI)을 근거로 매각가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과거 고전하던 분리 매각 논의를 '전략적 인프라 매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앞서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부터 꾸준히 M&A시장 매물로 거론됐다. 당초 희망가격은 7000억~8000억원대에 이르렀지만 원매자가 나타지 않으면서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해 말 홈플러스가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익스프레스 사업부 분리매각 방안이 포함된 가운데 익스프레스의 몸값은 반토막 수준까지 낮아졌다. 익스프레스 사업부의 몸값이 하향조정되면서 복수의 원매자들이 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SSM이 소비자와 물리적 거리가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벽배송 허용 국면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며 "다만 큰 손으로 꼽히는 테무 등 C-커머스 업체들이 물류인프라 확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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