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정부와 여당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컬리와 오아시스 등 새벽배송 이커머스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에 뛰어들 경우 이들 업체의 핵심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 회사 모두 기업공개(IPO) 재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성장성 둔화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향후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산정 과정에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달 6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새벽 배송 영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향후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대형마트 역시 24시간 새벽배송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온 쿠팡을 견제하고, 대형마트와의 규제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데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실제 부담은 컬리나 오아시스와 같은 새벽배송 전문 이커머스 기업들에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업 구조상 배송 시간과 신선식품 경쟁력에 의존해온 만큼, 규제 완화에 따른 경쟁 구도 변화의 직격탄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컬리와 오아시스는 모두 신선식품 중심의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수도권을 축으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반면 대형마트는 전국에 촘촘히 분포한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어 별도의 대규모 투자 없이도 배송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대형마트는 신선식품 매입 규모 자체가 큰 만큼 단가 협상력에서도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가격 경쟁과 마케팅 비용 확대 국면이 전개될 경우 자본력에서 열위에 있는 전문 이커머스 업체들이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컬리와 오아시스는 모두 IPO를 염두에 두고 있어 향후 밸류에이션에도 적잖은 부담이 예상된다. 규제 완화로 경쟁 강도가 높아질 경우 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고 점유율 방어를 위한 마케팅 비용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수익성 지표에 영향을 미치며 밸류에이션 산정 과정에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컬리는 2022년 한국거래소 예비심사를 통과하며 코스피 상장을 추진했지만 2023년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과의 눈높이 차이를 좁히지 못해 상장을 철회했다. 이후 회사는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해 3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면서 상장 재도전에 대한 기대감도 일부 형성됐다.
다만 컬리의 기업가치 흐름은 이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1년 프리IPO 당시 약 4조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던 기업가치는 지난해 장외시장에서 6000억원대까지 낮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새벽배송 규제 완화로 경쟁 환경이 한층 치열해질 경우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더 낮아지면서 기업가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오아시스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오아시스는 2023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지만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부진과 기업가치(몸값)를 둘러싼 재무적투자자(FI)와의 이견으로 상장을 철회했다. 당시 회사는 외형 성장과 흑자 기조를 유지한 뒤 시장에서 적정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회생절차를 밟던 티몬을 인수하며 외형 확대를 모색했지만 지난해 재오픈을 예고했던 티몬의 영업 재개는 현재까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오아시스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기준 약 1조원 수준으로 평가되지만 티몬 정상화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IPO 재추진 역시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새벽배송 규제 완화로 경쟁 환경까지 악화될 경우 기존 사업의 수익성과 성장성 모두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새벽배송 업체들은 배송 시간과 신선식품 큐레이션을 앞세워 차별화해왔지만, 대형마트가 점포 기반 물류망과 바잉 파워를 결합할 경우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IPO를 준비 중인 기업 입장에서는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시점에 규제 환경까지 변수가 되면서 밸류에이션 산정에 보수적인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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