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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B 승인에도 체급 격차 여전…결국 자본 변수
임초롱 기자
2026.02.24 07:00:18
②BIS비율 개선에도 자기자본 4조 한계…단계적 M&A 불가피
이 기사는 2026년 02월 19일 1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협은행이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공식화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추진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경영진 교체 이후 전략의 방점이 '건전성 제고'로 이동한 데다, 비은행 계열사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여건도 녹록지 않아서다. 여기에 금융지주 설립의 전제 조건인 수협법 개정 논의마저 본격화되지 않으면서 지주사 전환은 장기 과제로 밀린 모습이다. 딜사이트는 수협은행의 지주사 구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구조적 요인과 현재 좌표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수협은행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변수는 여전히 '자본력'이다. 자본 여력이 충분해야 인수합병(M&A) 시장에 좋은 매물이 나왔을 때 신속하게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등급법(IRB) 승인으로 자본비율 개선 효과가 기대되지만, 절대적인 자기자본 규모와 경쟁사 대비 체급 격차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64%,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68%, 기본자본(Tier1)비율은 14.44% 수준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규제 기준을 상회하는 수치지만, 주요 시중은행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다.


같은 기간 국내 4대 금융지주 산하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BIS비율 평균은 17% 후반대로 집계된다. 특히 자본적정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CET1비율과 Tier1비율 역시 수협은행과 비교해 평균 1%포인트 이상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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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은행으로 분류되는 농협은행과 비교해 봐도 수협은행은 각 비율마다 3%포인트가량 낮다. 수협은행은 수산업협동조합, 농협은행은 농업협동조합이 태생으로 특수은행 간 자주 언급되는 비교군인 점을 고려하면 농협은행만큼 자본비율을 끌어올린 뒤에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의 CET1비율은 15.69%, Tier1비율은 17.24%, BIS비율은 18.83%였다.


(그래픽=오현영 기자)

다만 수협은행은 올해 내부등급법(IRB) 승인을 통해 자본비율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RB가 적용되면 위험가중자산(RWA)이 감소해 BIS 비율이 약 3%포인트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계산 시 BIS비율은 18% 안팎까지 개선돼 시중은행 평균과 유사한 수준에 근접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내부등급법 승인을 기점으로 수협은행이 수협자산운용(옛 트리니티자산운용) 외에도 또다른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융업 자체가 라이선스 사업이어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다른 업권보다 높기 때문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내부등급법 승인 작업은 지주사 전환이나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위해 추진하던 게 아니라 예전부터 지속 추진해왔다"며 "내부등급법 승인이 자회사 인수와 지주사 전환까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나, 자본비율과 여력이 개선되면 외형확장을 포함해 수협은행 성장에 한층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눈여겨볼 부분은 자기자본 규모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위험가중자산이 줄어들면서 '비율'이 개선되는 효과라는 점이다. 지주사 전환과 인수합병(M&A)을 병행하려면 실질 자기자본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수협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은 4조1410억원 수준이다. 이는 20조원 이상을 보유한 시중은행은 물론, 26조2290억원 수준인 농협은행과 비교해도 큰 격차가 있다. 단순 비율이 아닌 '체급' 측면에서 열위에 놓여 있는 셈이다.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경우 자회사 출자 부담이 발생하고, 이후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병행해야 하는 만큼 자본 여력은 핵심 전제조건이다. 예컨대 1000억원 규모의 M&A만 단행하더라도 자기자본의 2~3%를 단번에 투입해야 하는 구조다. 2000억원 이상 딜의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진다. 금융당국 역시 신규 금융지주 출범 시 자본 건전성에 대해 보다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최근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한양증권 사례 역시 수협은행의 체급 한계를 보여준다. 당시 매각가가 2000억원 이상으로 거론되면서 자본 부담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본비율이 규제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몸집이 큰 중형사 이상 증권사 인수는 추가 자본확충 없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의미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하면 수협은행이 당장 대형 딜에 나서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자본 소요가 적은 캐피탈사 등 중소형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증권업 대비 초기 자본 요구 수준이 낮고, 시장 매물도 상대적으로 풍부하다는 점에서 단계적 확장 전략에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에서 먼저 한양증권 인수를 검토했다가 조건과 가격 차이 때문에 협상을 엎고 기존 보유 계열사였던 우리종금을 포스증권과의 합병으로 선회했던 사례가 롤모델"이라며 "장기간 플랜 B, 플랜 C 등의 계획을 수립한 후 차근히 비은행 계열사들을 하나씩 늘려 나가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결국 IRB 승인으로 자본비율이 개선되더라도 이는 '출발선 정비'에 가깝다는 평가다. 지주사 전환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실질 자기자본 확충, 안정적 수익 기반 확대, 그리고 중장기 M&A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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