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건우 기자]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요즘 자본ㆍ증권 시장을 꿰뚫는 핵심적인 화두다.

유동성의 파티로 모두가 행복하게 돈을 벌 수 있던 시절이 지나가고, 많은 이들이 고통스런 겨울을 보내고 있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며 물가상승률이 조금은 둔화됐다는 시그널과 함께 전세계 증시도 약간의 반등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은 추운 겨울 속 화톳불 정도의 따뜻함에 불과해 보인다.

여전히 금융투자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은 "돈을 벌 곳이 없다"고 말하고 있고, 개인투자자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이 누가 더 높은지가 술자리 주된 안줏거리로 흥행 유지중이다. 하지만 "수영장 물이 빠져봐야 누가 수영복을 입지 않고 수영했는지 알 수 있다"는 워렌 버핏의 말처럼, 소수에 해당하는 누군가는 분명 이 와중에도 돈을 벌고 있다.

당초 워렌 버핏의 격언은 장이 망가진 시기에야 비로소 '진짜 투자실력'이 가려진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투자자의 진짜 실력이 의미하는 것. 일차적으로는 장이 망가지는 하락장에서 투자자가 어떤 종목을 사거나 팔거나 유보했는지가 될 것이다. 이는 마이너스 수익률 등 직관적 지표로 직결돼 당장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일종의 '전반전 성적표'로 여겨도 무방할 것 같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맥락에서 '후반전 성적표'로 비유할 수 있는 이차평가는 망가진 장에서의 투자가 된다. 이미 변동의 시기를 보내며 일차 방어전을 성공적으로 끝낸 투자자들은 코스피, 코스닥 구분할 것 없이 주저앉은 상황에서의 이차 공격전을 맞이하게 됐다.

투자자의 진짜 실력을 가려내는 과정은 투자대상 기업들 입장에서도 옥석이 가려짐을 의미한다. 어떤 기업이 혹독한 겨울을 버텨내고 따뜻한 봄을 맞을 수 있을지, 반등장에서 더 큰 이득을 가져다줄 것인지를 엄격하게 선별해내려는 치열한 싸움이 열린다.

당연하게도 다수의 기업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소수의 알짜 기업들만이 선택받을 것이다. 투자의 기회비용(금리)이 높아진 만큼, 더욱 엄격한 선별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자금조달의 어려움에 직면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결국 가장 주목해야할 것은 기업딜이다. 딜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딜의 존재만으로도 어떤 '밸류'에 대한 긍정적 가치평가가 이뤄졌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던 유동성 파티 시기와 비교하면, 현재의 딜은 분명 더욱 큰 의미를 부여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코픽스(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을 반영한 대출 기준금리)가 4%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어떤 기업은 다수의 펀드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제로금리'의 자금조달을 성공시키기도 한다. 반면 어떤 기업은 외부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내부적 투자역량(최대주주 등의 직접 납입)을 동원해 만기금리 10%의 전환사채(CB)를 울며겨자먹기로 발행하는 등 극단적 대비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M&A 역시 주목할만하다. 당장 기업의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는데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높은 가격으로 지배주주 지분이 전부 매각되는 사례가 있다. 반면 재무상황이 어려워진 기업이 궁여지책으로 비효율 사업의 보유지분 매각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돈을 벌 곳이 없다는 투자업계 관계자들의 고충 토로에는 투자처 발굴의 최전선에서 남들보다 먼저 돈 벌 곳을 찾아내야 하는 어려움이 담겨 있다. 일반적인 개인투자자의 경우에는 그들이 먼저 찾아낸 여러 이정표들을 적극 활용해 참고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 기업들의 딜을 어느때보다 눈여겨 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