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트랜시스가 역대급 실적 달성으로 확보한 현금을 미래 모빌리티 전환을 위한 실탄으로 비축하는 모습이다. 이익 전액을 재투자해 온 현대트랜시스는 전동화 시대에 발맞춰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화력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는 지난해 말 연결기준 미처분이익잉여금이 1조2426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제 현금 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기타유동자산 포함)은 1조4373억원으로, 이익잉여금 규모를 훌쩍 웃도는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길을 끄는 점은 현대트랜시스가 쌓은 막대한 규모의 현금의 사용처다. 회사의 유형자산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공격적인 투자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 유형자산 가치는 매년 3000억원을 상회하는 감가상각으로 자연 감소 중이지만, 전체 유형자산 장부가액은 지속적인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트랜시스는 지난해 말 유형자산 감가상각으로 3401억원의 자산 가치 감소가 발생했음에도, 유형자산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3조4189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같은 기간 영업권 이외의 무형자산 역시 8.6% 늘어난 4625억원을 기록했으며, 유·무형자산 합계액은 3.4% 확대된 3조8814억원으로 계산됐다. 이는 매년 6000억원 안팎의 신규 시설 투자(CAPEX)에 나서며 감가상각분을 압도하는 전동화 설비 확충에 나선 영향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트랜시스는 2022년 이후 전기차 감속기 설비 증설과 미국 조지아 자동변속기(AT) 신규 공장 건설, 미국 시트 공장 증설 등에 현금을 투입해 왔다. 완성차 시장에서 친환경차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파워트레인 사업에서 친환경차용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 설비 확충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대트랜시스의 최근 3년(2023~2025년)간 CAPEX는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2023년 5792억원 ▲2024년 7589억원 ▲2025년 6813억원이다. CAPEX가 정점을 찍은 뒤 소폭 조정됐다는 점은 대규모 생산 라인 구축의 초기 투자가 마무리된 데다, 효율적인 설비 운영 단계로 진입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더해 무형자산 취득액이 줄어든 점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지난해 회사의 무형자산 취득액은 전년보다 33.9% 줄어든 93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핵심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대규모 라이선스 도입이나 R&D 자산화 작업이 집중 투자기를 지나 안정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아울러 현대트랜시스는 2023년부터 연간 매출의 4% 이상을 R&D비용으로 쓰고 있는데, 단순 제조를 넘어 고부가가치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업계는 현대트랜시스가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에 발맞춰 하이브리드(HEV)와 전기차(EV)용 구동 시스템 생산 라인을 확충하고 관련 기술권 확보에 더욱 많은 비용을 투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이 같은 현금 확보는 금리 인상기 차입금 상환을 통한 금융비용 절감과 안정적인 운영자금 확보라는 내실 경영의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트랜시스는 내년까지 독자 개발한 신형 하이브리드 구동시스템(TMED-ll)의 생산 역량 확대와 완성차 생산공장에 동반한 해외 공장 투자 등 대규모 투자가 계획돼 있다"면서도 "영업창출현금흐름이 개선된 데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로서 우수한 대외 신인도와 자본시장 접근성, 양질의 보유자산 등은 우수한 재무융통성을 지지해주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중장기 투자 계획에 대해 밝힐 수 없지만, HEV와 EV 등 전동화 부품 관련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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