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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이례적 핀셋인사…CEO 밑으로 물갈이
이세정 기자
2025.12.15 07:10:17
본부장 급 교체 인사 선행…자율주행 새 리더십 '난항'·대규모 수장 교체 등 의식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2일 14시 2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 1월3일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제공=현대차그룹)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올해 정기 임원 인사가 예년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통상 현대차그룹은 대표이사 사장단(CEO) 인사를 먼저 내고, 리더십 교체에 따른 부사장 인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올해는 본부장 급 교체가 선행되고 있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기술력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은 데다, 이미 지난해 인사에서 대규모 CEO 교체를 단행한 점 등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한다. 이에 대표이사는 대부분 유임하는 한편 실무 임원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R&D본부장 사임, '외국인' 만프레드 하러 내정…핵심 본부장 급 인사 발표


12일 완성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연구개발(R&D)본부장이던 양희원 사장이 전날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주요 임원에게 퇴임 소식을 전했다. 양 사장 후임으로는 독일 출신 기술 전문가인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이 내정됐다. 하러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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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사장이 용퇴를 결정한 배경에는 세대교체가 꼽히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R&D본부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개발을 수행해 온 차세대모빌리티플랫폼(AVP)본부의 송창현 사장이 사임한 데 따른 일종의 나비효과로 보고 있다. 송 사장은 이달 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을 거쳐 퇴사를 확정한 바 있다.


1972년생의 하러 부사장은 1997년부터 30년 가까이 아우디와 BMW, 포르쉐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에서 섀시 기술 개발, 전장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두루 거친 차량 전문가다. 대표적으로 포르쉐 최초의 전기차인 타이칸 개발을 주도한 경력이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현대차그룹이 R&D본부 내 신설한 제네시스&성능개발 담당으로 합류했다.


하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총괄, 루크 동커볼케 최고창의책임자(CCO), 호세 무뇨스 대표에 이어 현대차그룹 내 여섯번째 외국인 사장 타이틀을 달게 된다.


(왼쪽부터)타이론 존슨 현대차그룹 유럽기술연구소 소장, 만프레드 하러 제네시스&성능개발담당 부사장, 재키 익스 제네시스 브랜드 공식 파트너, 송민규 제네시스사업본부장 부사장, 찰스 헨리 고든레녹스 리치몬드 공작(Duke of Richmond)가 제네시스 부스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현대차그룹)

눈길을 끄는 점은 현대차그룹의 핀셋 인사 기조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현대차는 이달 초 국내사업본부와 제네시스사업본부의 수장을 교체했다. 국내사업본부장에는 '영업통'으로 평가 받는 김승찬 국내판매사업부장 전무로 승진하며 선임됐다. 제네시스사업본부장(사장)에는 이시혁 북미권역상품실장이 발탁됐다. 이 신임 사장은 제네시스상품실장과 제네시스글로벌상품전동화추진실장, 북미권역(GMNA) 업무총괄 등을 역임했다.


아울러 현대차 인도권역본부장에는 현지인인 타룬 갈크 사장이 선임됐으며, 인도권역 최고운영책임자(COO)에는 박동휘 상무가 전무 승진·발령받았다. 도날드 르마노 HMCA(호주판매법인) 법인장은 아태권역본부장으로, 타렉 모사드 아중동 사업기획·전략 총괄 사장은 아중동권역본부장에 올랐다. 정덕화 기아 중국법인 중국판매본부장은 전무를 달며 해당법인 총경리가 됐다.


◆ SDV 전략 그대로, 후임자 발굴 '시간 소요'…작년 물갈이 인사도 영향


당초 현대차그룹의 사장단 인사는 지난달 말에서 이달 초께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약 보름 넘게 인사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SDV 리더십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뒤처질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이다. 미국 테슬라의 경우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제너럴모터스(GM)도 핸즈프리가 가능한 슈퍼크루즈를 내놓는 등 레벨3 수준의 기술 상용화에 나섰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2023년 고속도로자율주행(HDP)을 실제 차량에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취소했고, 내년에야 SDV가 접목된 페이스카(소량생산 시험차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SDV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송 사장 체제에서 추진하던 SDV 전략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장 부회장은 이날 AVP본부 임직원에게 보낸 메세지에서 "포티투닷과의 협업 체계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XP2와 XV1 개발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개발 조직 간 협업을 넘어 그룹 차원의 역량을 결집한 진정한 원팀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인사 현황. (그래픽=김민영 기자)

문제는 AVP본부장 직을 맡을 만한 적임자를 찾는 것이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사에 비해 자율주행 시장 공략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와중에 SDV 핵심 리더십 공백이 발생했다"며 "기존 프로젝트를 잘 이해하고 수행할 인사를 물색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렇다 보니 현대차그룹이 본부장 급 교체로 우선 시급한 과제를 수행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판매가 부진한 내수 시장과 제네시스 사업부를 재정비하는 동시에 핵심 신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이미 대부분 계열사의 CEO 교체하거나 승진시킨 점도 원포인트 인사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최준영 기아 국내생산담당 겸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와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는 각각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현대트랜시스와 현대케피코는 신임 대표를 맞았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도 새로운 리더가 앉았다. 현대차그룹은 대부분의 계열사에서 기존 CEO 체제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현대차그룹 정기 사장단 인사는 양 사장 퇴임식이 진행되는 이달 15일께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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