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김영성 대표가 이끄는 KB자산운용이 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밀리며 빅3 수성에 실패했다. 5순위까지 이뤄진 1군 시장에서 4위로 내려 앉았는데 3위와 점유율 차이는 1%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굳건하던 상위권 리그에서 순위가 밀리자 내부에서도 보수적인 운용 전략을 탈피하고 격동하는 시장에서 트렌드를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체질 개선이 주문이 쏟아진다. 두번째 임기를 맞은 김영성 대표의 선결 과제로 지적된다.
5일 딜사이트가 집계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연간 순자산 총액 기준 4위를 기록해 전년 3위에서 한 계단 아래로 내려왔다. 지난해 말 순자산 총액은 21조866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5223억원 늘었지만 비중은 7.10%로 오히려 줄었다. ET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체중은 늘었지만 체급과 기량은 그에 못미쳤다는 지적이다.
순위를 맞바꾼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온도 차는 뚜렷하다. 한투운용은 몇 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고 지난해 말 순자산 총액은 25조3505억원을 기록해 전년비 12조2249억원 증가했다. 비중도 8.53%로 시장 내 존재감이 달라졌다는 평을 얻는다.
KB와 한투운용은 2024년 말까지 각각 7.81%와 7.56%의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지난해 초 순위가 역전된 이후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상장 종목 수는 KB가 133개로 한투운용(104개)에 앞서지만, 더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는데도 유치 자금은 경쟁사에 뒤졌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사실 KB도 추격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 다양한 카드를 꺼냈다. 리브랜딩을 기점으로 성장 가도를 달린 한국투자신탁운용을 따라 이름을 바꾸고, 선두 주자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버금가는 마케팅 비용을 집행했다. 그러나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KB도 나름대로 (마케팅에) 비용을 썼지만 삼성이나 미래 등이 훨씬 더 공격적인 캠페인을 벌이면서 이들의 노력이 경쟁사들에 가려져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금융지주 계열로 양종희 회장의 눈치를 봐야 하는 계열사 사장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미적지근한 상황을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KB 내부에서는 보수적인 전략을 우선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 계열이라 첫째도 둘째도 안정 지향적인 상품 설계가 비약적인 상승장에서는 먹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격적인 테마보다는 채권 등 안전한 투자처에 초점을 맞추고, 타사 상품 대비 많은 종목을 담는 고루한 분산 전략을 택하는 것이 KB의 특징이다. 투자에 있어서 리스크 관리는 중요하지만 최근 코스피가 4000선을 훌쩍 넘은 화끈한 증시와 이를 기대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최근 성향과는 KB의 기존 전략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은 정보력이 뛰어나고 추세를 빠르게 쫓기에 공격적이고 적극적"이라며 "ETF처럼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시장에서는 공급자 중심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수요를 고려해 입맛에 맞춘 상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일단 연임에 성공한 김영성 대표는 뒤처진 순위를 되찾을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김영성 대표는 지난해부터 자사 시장 점유율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테마형 ETF에서는 차별화된 콘셉트와 투자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야심 차게 내놓은 상품들은 시장의 외면을 받아 비중이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말 선보인 RISE AI전력인프라는 동일 테마의 타사 상품 대비 가장 낮은 보수에도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실패했다.
KB는 우선 조직 재정비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ETF운용본부장석이 노아름 본부장의 IBK투자증권으로 이적으로 아직까지 공백이라 이 자리에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 사업본부였던 ETF조직은 지난해 운용본부와 상품마케팅본부로 분할 개편됐고 현재 영입에 차질이 있기 때문에 사장 직속 체제가 상반기 내에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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