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오너 부재로 인한 경영 불안정성이 높아졌다. 특히 핵심 경영 과제인 한온시스템 정상화와 한국타이어의 중장기 투자 전략 수립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지난 2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 대해 1심 징역 3년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1심과 달리 2심에서 50억원 규모 배임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 결과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구속 상태를 이어가게 됐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2014년 2월∼2017년 12월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약 875억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사들이면서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혐의로 2023년 3월 재판에 넘겨졌다. MKT는 한국타이어와 조 회장, 그의 형 등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회사다.
조 회장의 경영 공백이 길어지면서 그룹 내에서 추진되던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곳은 올해 1월 인수한 세계 2위 열관리 솔루션 기업 한온시스템이다. 조 회장은 인수 직후인 올해 3월 3년 안에 한온시스템을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시 그는 "국가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한온시스템의 과거 오류와 잘못된 관행을 정확히 분석·개선해 향후 3년간 어떻게 혁신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조 회장 주도 아래 한온시스템은 재무 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약 9990억원을 대부분 차입금 상환에 투입할 계획이다. 과거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모회사로 있던 시절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며 높아진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차입금 상환이 마무리되면 한온시스템의 부채 비율은 올해 3분기 기준 245.7%에서 164% 수준까지 개선될 전망이다.
사법 리스크는 한국타이어의 중장기 사업 전략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주와 헝가리에서 공장 증설 작업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내년, 유럽은 내후년 본격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테네시주 공장은 연 1200만본, 헝가리 공장은 약 1800만본으로 생산 능력이 확대된다. 해당 투자가 이미 상당 부분 집행된 만큼 오너 공백 장기화가 기존 계획 추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현재 국내외 주요 경쟁사들이 커지는 시장에 발맞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금호타이어는 약 8600억원을 들여 폴란드에 생산 거점을 지을 계획이다. 독일 콘티넨탈은 비전 2030 전략에 따라 자동차 부품 부문을 분사하는 등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 부재는 추가 사업 확장에 대한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시장 대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글로벌 타이어 시장은 고성장이 예고됐다. 특히 전기차용 타이어 시장의 성장이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용 타이어 시장 규모는 지난해 629억1000만달러(약 91조5000억원)에서 2032년 2141억9000만달러(약 311조50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전기차용 타이어는 전용 설비 투자가 필수적인 만큼 적기에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 경쟁력의 관건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진행 중인 투자는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신규 투자나 전략 수정이 필요한 사안에서는 오너의 판단 공백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한국타이어는 2028년 이후의 투자 방향성을 설정해야 하는 시점이어서 리더십 부재가 장기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관세 등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인해 기업의 전략이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인 만큼 빠른 의사결정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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