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그룹 전체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2025년 5월 법정구속 이후 7개월째 이어지는 총수 부재는 단순한 리더십 공백을 넘어 신사업 발굴과 대규모 투자 결정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글로벌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사법리스크 족쇄가 리더십 와해와 내부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총수 부재로 중대 기로에 선 그룹의 경영실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한국앤컴퍼니그룹이 미래 신사업 발굴을 위해 출범시킨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이 반년 넘게 지나도록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재계 30위권에 처음 진입하며 미래 먹거리 확보를 목표로 CVC 법인을 세웠으나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경영 공백이 길어지면서 딥테크 분야 투자는 구상 수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지연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그룹의 CVC인 한국앤컴퍼니벤처스주식회사(한국앤컴퍼니벤처스)는 설립 후 8개월째 접어들었음에도 아직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허가를 취득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기사는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이를 사업화하려는 기업에 투자와 융자를 동시에 제공하는 특수 금융회사다.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벤처투자를 포함한 금융업을 직접 영위할 수 없어 벤처투자를 위해서는 신기사 등록이 필요하다.
당초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는 올해 중으로 신기사 라이선스를 취득한다는 목표였으나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부재로 관련 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실질적인 운영 없이 법인 설립 등기만 마친 상태다.
앞서 5월 한국앤컴퍼니는 100% 자회사인 한국앤컴퍼니벤처스를 공식 출범시켰다. 조 회장이 5년간 직접 기획한 끝에 그룹 창립 이래 처음으로 설립한 CVC다. 올해 자동차 열관리 솔루션 기업 한온시스템 인수를 통해 재계 30위권에 진입한 후 CVC 출범까지 이어지면서 그룹의 중장기 성장 전략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기도 했다. 조 회장은 CVC 출범 당시 "미래 모빌리티 등 글로벌 경쟁 무대에서 대한민국 기업이 더 활약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지원하고 고용 확대로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하겠다"고 의지를 다진 바 있다.
그러나 조 회장의 구속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주요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벤처스는 자본금 3억원으로 출범했지만 신기사 등록이 지연되면서 추가 출자 역시 미뤄진 상태다. 우선 신기사 자격을 얻어야 하는 펀드 조성 역시 착수 단계에 이르지 못하면서 수백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1호 펀드 결성과 관련해 구체화된 내용은 전무하다.
인력 운영에서도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 조 회장이 장기간 구상해온 CVC를 실무적으로 담당했던 한국앤컴퍼니 미래전략실 소속의 전진원 전무는 한국앤컴퍼니벤처스의 초대 대표를 맡았다가 사임했다. 후임 대표는 아직까지 선임되지 않았다. 당초 미래전략실에서 신기사 등록을 마친 뒤 관련 업무와 전문 인력을 한국앤컴퍼니벤처스로 이관할 계획이었지만 수장 공백으로 인력 충원이나 투자처 발굴 자체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무엇보다 문제는 CVC 설립으로 공언했던 ▲인공지능(AI) ▲로봇 ▲모빌리티 플랫폼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빅데이터 등 딥테크 분야 투자 지연으로 시장 선점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앤컴퍼니벤처스의 개점휴업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자칫 그룹 전반의 중장기 경쟁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리더십 부재로 CVC 관련 사업이 진척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중장기 전략이 제시해야 할 시점"이라며 "신사업 발굴의 핵심인 CVC가 동력을 얻지 못하면서 그룹의 중장기 전략 수립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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