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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JP모건 차입에 장기 보증…10조원 광물 전략
조은비 기자
2025.12.17 10:00:16
대규모 제련 설비 구축 전제…재무 부담 감수한 공급망 베팅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7일 07시 5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야간 전경(사진=고려아연).jpg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고려아연이 미국에 10조원 규모의 제련소 투자를 결정하면서, 단순한 해외 생산기지 확장을 넘어선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와 방산 기업까지 참여한 이번 투자에서 핵심은 대규모 제련 설비를 기반으로, 안티모니·게르마늄 등 전략 광물 공급망을 동맹국 내에 구축하는 데 있다는 평가다.


미국이 고려아연을 핵심 광물 파트너로 선택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전략 광물의 생산·정제 단계를 동맹국 내부로 옮기려는 경제안보 전략과 맞물리면서, 단순 공급 계약이 아닌 대규모 제련 설비 구축을 전제로 한 협력이 추진됐다는 분석이다.


고려아연이 미국에 짓는 제련소는 아연뿐 아니라 안티모니·게르마늄 등 전략 광물을 함께 생산하는 구조다. 이들 광물은 탄약, 미사일, 레이더, 위성, 반도체 공정 등에 쓰이며 방산·첨단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소재로 꼽힌다. 특히 안티모니와 게르마늄은 중국이 생산·정제 단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수출 통제 시 공급망 충격이 직접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2023년 갈륨·게르마늄에 대해 수출 통제를 도입하며 전략 광물 관리에 나섰고, 이후 글로벌 반도체·방산 업계 전반에서 공급 불안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된 바 있다. 올해 올해 4월에는 7종의 중희토류 관련 품목과 자석을, 10월에는 희토류 관련 제품·장비·기술까지 통제 대상으로 확대하며 규제를 강화해왔다. 이는 핵심 광물이 단순 원자재를 넘어 정제·제련 단계까지 포함한 공급망 전체가 안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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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은 습식·건식 공정을 결합한 통합 제련 기술을 통해 복수의 전략 광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미국 현지 제련소는 울산 온산제련소를 모델로 삼아, 단순 생산시설이 아닌 전략 광물 공급망의 핵심 거점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투자에는 장기간에 걸친 재무적 책임이 수반된다. 이번 투자는 합작법인(JV)을 통한 출자와 함께 대규모 차입이 병행되는 구조로, 고려아연이 채무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제련소는 초기 투자비가 크고 감가상각 기간이 긴 산업 특성상, 가동 초기에는 손익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미국 현지 법인인 크루셔블 메탈스(Crucible Metals, LLC)가 제련소 설립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진행하는 차입에 대해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정부로부터의 차입에 대해서는 차입금 23억4900만 달러에 대해 최대 30억 달러 한도의 보증을 섰으며, 보증 기간은 2040년 12월까지 약 15년이다. 또 JP모건을 대표주관사로 한 신디케이트론에 대해서도 차입금 23억4900만 달러, 보증 한도 최대 25억 달러, 2030년 12월까지 약 5년간 보증이 이어진다.


고려아연 측은 "만기와 금리 조건을 장기·저금리로 설계해 재무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제련소 가동 초기 실적 변동성에 따라 보증 리스크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남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친 재무적 부담이 수반되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고려아연은 이번 투자를 단기 손익보다는 공급망 전략 차원에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측은 "미국은 핵심 광물 수요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국가안보 차원에서 특정 국가에 집중된 정·제련 의존도를 완화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 내 신규 제련소를 통해 주요 핵심 광물의 자국 수요를 상당 부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배터리·AI 확산으로 핵심 광물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노후 제련소 폐쇄와 환경 규제로 공급 제약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하면 시장 확대와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와 수출 규제 등 비재무적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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