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고려아연이 11조원의 미국 제련소 투자를 결정한 가운데 합작사(JV)를 축으로 한 투자 구조를 기획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윤범 회장이 미국과의 전략적 자원동맹 효과뿐만 아니라 경영권 방어를 하기 위한 묘수를 꺼냈다는 평가다. 2023년 우호지분으로 평가된 현대차 해외 계열사를 상대로 한 유상증자가 좌절된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번 투자의 큰 틀은 고려아연에서 시작해 고려아연으로 이어진다. 고려아연이 합작사 지분 일부를 소유하는 동시에 합작사는 조달한 대규모 자금을 미국 현지 투자를 위한 실탄으로 고려아연에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 미국 방산 전략투자자(SI)가 손잡고 세운 합작사 '크루시블 JV'는 투자의 축이다. JV의 최대 출자자는 지분율 40.1%의 미국 전쟁부(U.S. Department of War)다. 고려아연은 JV에 지분율 10%에 해당하는 약 1300억원을 투자한다. 고려아연 출자금을 포함해 JV는 총 2조7000억원가량을 확보한다.
JV는 고려아연이 진행하는 2조8000억원의 3자배정 유상증자 투자자로 나선다. 신주로 발행될 220만9716주를 인수할 예정이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JV는 약 11%의 지분을 보유한 고려아연 주주 지위를 확보한다. 고려아연과 미국 쪽 지분이 섞인 JV가 재점화 양상에 놓여 있는 경영권 분쟁에서 고려아연에 우호지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고려아연은 유증으로 확보한 2조8000억원과 자체 투자금 87000억원가량을 더해 총 3조7000억원을 자회사 크루시블 메탈스 홀딩스에 출자한다. 크루시블 메탈스 홀딩스는 미국 제련소 건설 투자를 위한 사업 운영 주체로 해당 자금을 활용할 전망이다.
고려아연 지분이 들어간 해외 JV를 통해 유상증자 구조를 짠 것은 현대차 해외법인 HMG글로벌 투자 유치가 좌절된 데 따른 전략 수정으로 분석된다. 고려아연이 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기 위해 2023년 9월 우호지분인 현대차 해외 계열사 HMG글로벌을 투자자로 끌어들인 경영진의 결정은 지난 6월 1심 법원에서 무효가 됐다.
고려아연 정관 2항 4호는 회사가 경영상 필요로 외국 합작법인에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3자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한다. 법원은 해당 정관을 근거로 무효로 판결했다. 고려아연이 현대차와 전략적 협업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HMG글로벌에는 고려아연 지분이 없어 외국 합작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HMG글로벌을 투자자로 끌어와 우호지분을 늘리고 영풍·MBK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굳히려던 고려아연의 계획도 무산됐다. 이번 JV에 고려아연이 1300억원을 직접 출자해 지분 10%를 확보하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JV를 통한 자금 부담 완화 효과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제련소 부지 인수와 건설 등 총 투자비만 11조원에 달한다. 미국 정책금융과 재무투자자(FI)를 통해 6조9000억원을 조달한다. 미국 상무부에서 제공하는 보조금도 3000억원에 이른다. JV 구조로 미국 측의 긴밀한 금융지원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급부로 미국 쪽에서는 고려아연 전략광물 생산 확대분 중 일부에 대해 우선적 매수권을 보유하기로 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경제 안보 관점에서 미국과 고려아연의 자원 동맹을 긴밀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JV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MBK는 이번 3자배정 유상증자에 관해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영풍·MBK는 "회사 측에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 참여 의사를 명확히 전달했고 실제 자금 조달을 필요로 했다면 가장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인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선택했어야 한다"며 "최윤범 회장과 경영진은 특정 3자에게 우호지분을 제공하는 형태를 강행하며 지배력에 유리한 지분 구조를 만들려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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