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실패한 한화생명보험이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겸 사장의 특명 아래 국내에서 트렉레코드가 충분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인수 타깃으로 삼아 후보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그룹 후계자로 김승연 한화 회장에 의해 낙점된 둘째 아들 김동원 사장은 대체투자 부문을 키우겠다는 기조를 세우고 일정 수준의 운용자산(AUM)을 갖춘 하우스를 인수해 관련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 측은 최근 복수의 국내 PEF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경영권 지분 인수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협상 단계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주로 중소형 독립계를 중심으로 기존 한화자산운용 등과 시너지를 낼 하우스를 찾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는 올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도 참여해 본입찰에서 9000억원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대체투자 부문의 확대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지스는 골드만삭스 등 매각 주관사단이 프로그래시브 비딩(경매식 호가 입찰)을 진행해 중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하면서 일단의 막을 내렸다. 힐하우스는 당초 본입찰에선 한화생명이나 또다른 경쟁자인 태광그룹의 흥국생명보험보다 가격이 높지 않았지만 추가적으로 가격을 올려 우선협상권을 손에 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이지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그 과정에서 외부 운용사 인수 시나리오를 점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을 얻는다. 최근 국민연금과의 갈등으로 이지스 매각이 다시 안개 속으로 들어갔지만 한화는 재도전 기회보다는 자체적인 대체투자 전담 조직을 구축하는 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한화가 사모투자 법인을 새로 만드는 방식보다는 트랙레코드와 인력이 검증된 기존 하우스를 편입해 비상장 투자 전담 플랫폼을 확보하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초 지난해 한화자산운용은 PE·VC 전문 운용사 한화PE자산운용(가칭)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당시 PE&이노베이션투자본부를 이끌던 배용석 전 전무가 초대 대표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이후 한화운용은 분사 계획을 철회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한화가 사모투자 법인을 새로 만드는 방식보다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기존 하우스를 인수하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미 우수한 인력과 포트폴리오를 갖춘 하우스를 인수하는 것이 즉각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금융 계열사가 직접 사모펀드 운용사 지분을 인수할 경우 출자자(LP) 이해상충 관리와 내부통제 이슈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 그룹이 외부 PE·VC 운용사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하는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2020년 신한금융그룹이 두산그룹 계열의 VC인 네오플렉스를 인수해 신한벤처투자로 사명을 바꿔 현재까지 그룹 내 전담 VC 하우스로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국내 금융지주·대형 보험사 중에서 별도의 PEF 운용사를 인수해 비상장 플랫폼을 키울 여력과 의지를 함께 가진 곳은 지금으로선 한화 정도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며 "삼성이나 SK는 기존 투자 조직을 활용하거나 전략적 투자자(SI)로 움직이는 쪽에 가깝고 현대차그룹은 이미 현대커머셜과 현대카드가 현대얼터너티브를 설립해 추가로 인수에 적극 나설 만한 동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가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도 검토했던 만큼 대체투자 부문을 넓히려는 시도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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