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종학 기자] "누가 새 주인으로 오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내부 구성원들이 정말 걱정하는 것은 우리가 지켜온 이지스만의 조직문화가 유지될 수 있느냐는 거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이지스자산운용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복잡한 속내를 털어놨다.
거대 자본이 오가는 인수합병 시장에서 정작 그 회사를 일궈온 임직원들은 철저히 '제3자'가 되곤 한다. 매각 가격과 딜 구조가 오가는 치열한 협상 테이블에 그들을 위한 의자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 매각 절차를 둘러싸고 고소·고발전으로까지 비화된 이지스자산운용의 상황은 이런 우려를 더욱 짙게 만든다.
현재 시장의 이목은 온통 겉으로 드러난 '소란'에 쏠려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와 경쟁했던 흥국생명은 입찰 과정이 불공정했다며 매각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소했고, 핵심 출자자인 국민연금마저 정보 유출 논란을 문제 삼아 위탁 자금 회수를 검토한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회사 측은 "통상적인 실사 과정이며 보안 조치(VDR)를 취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잡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진흙탕 싸움을 걷어내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본질은 결국 '사람'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국내 부동의 1위 부동산 운용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은 대형 금융지주의 관료주의에 속하지 않았던 '독립계'의 야성에서 나왔다. 위에서 시키서 진행되는 딜이 아니라, 현장의 PM(프로젝트 매니저)이 발굴한 딜이 조직 전체를 움직이는 철저한 바텀-업(Bottom-up) 의사결정 구조가 그 핵심이다.
이것이 이번 매각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법적 공방이나 가격을 넘어 조직 문화의 보존으로 향해야 하는 이유다. 외부에서 주주간의 다툼이 격해질수록 내부 직원들의 동요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소란으로 인해 핵심 인력들이 조직에 회의감을 느끼고 이탈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적 자본 의존도가 절대적인 운용사에서 사람의 이탈은 곧 1조원이라는 몸값의 증발을 의미한다.
결국 누가 이 독특한 생태계를 이해하고 흔들리는 내부를 다독여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국민연금의 이탈 우려나 소송전은 어쩌면 이 딜이 가진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단면일 뿐이다. 진짜 위기는 매각 이후 이지스를 이지스답게 만들었던 그 DNA가 소멸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법적 분쟁으로 매각 완주까지 산 넘어 산인 지금, 이지스에게 필요한 것은 소란을 잠재울 자본력만큼이나 그들의 문화를 지켜줄 '현명한 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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