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이 최근 M&A 과정에서 1조1000억원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은 것을 계기로 성장 배경과 경쟁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관투자가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금 운용 능력에 개발형 투자에서 입증된 실적이 결합되며 현재의 위상이 구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우선협상은 외국계 PEF 운용사로 돌아갔다.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며, 향후 힐하우스는 금융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 한다.
힐하우스는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식 입찰)을 통해 이지스 인수 희망가격으로 1조1000억원을 제출하며 최고가를 써냈다. 예비입찰 당시 8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던 몸값이 본입찰에서는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지스운용이 인수전에서 이같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데에는 단순한 AUM 규모가 아니라 기관 신뢰도, 개발 실적, 자체 운용 플랫폼 등 복합적 역량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관 자금을 기반으로 안정적 운용을 수행하면서도 실물 자산의 가치를 직접 창출하는 '투트랙 전략'이 시장에서 안착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지스자산운용은 업계 1위를 10년째 유지하고 있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이지스의 집합투자재산 규모는 약 33조원(순자산총액 기준)으로, 펀드 수도 2023년 413개에서 2024년 473개로 늘어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지스의 성장 기반은 설립 초기부터 다져졌다. 국내 최초로 리츠(REITs) 도입을 추진한 김대영 전 이사회 의장이 회사를 설립했고, 8년 만에 운용자산 20조원을 돌파하며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았다. 2012년 사명을 현재의 이지스자산운용으로 변경한 이후에는 부동산 개발과 대체투자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운용 역량을 고도화했다.
특히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 신뢰를 기반으로 한 운용 경쟁력이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설립 초기부터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보험사·공제회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며 신뢰도를 쌓았다. 그중에서도 국민연금 위탁운용은 이지스의 성장을 가속한 사실상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국민연금은 이지스에 조 단위 자금을 맡긴 최대 출자자다. 두 기업은 역삼 '센터필드', 마곡 '원그로브' 등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왔다. 이런 안정적인 기관 기반은 펀딩력 강화로 직결됐고, 이지스가 업계 1위 지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자본력·사업력의 중심축으로 작용했다.
이지스운용은 부동산 투자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대형 개발 사업을 다수 성공시켰다. 최근에는 국민연금과 함께 총사업비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마곡지구 CP4구역 초대형 업무·상업 복합시설 '원그로브' 개발에 참여하며 디벨로퍼 역량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국민연금과의 협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8년에도 국민연금과 손잡고 2조1000억원 규모의 역삼 '센터필드' 개발사업을 성사시킨 바 있다. 센터필드는 강남권 랜드마크 오피스로 자리 잡으며 완공 후 운용 성과를 크게 높였다.
성공적인 트랙레코드는 그 종류가 다양하다. ▲서리풀 개발사업(2조3000억원) ▲SK명동빌딩(4700억원) ▲양지복합물류센터(4100억원) ▲판교 아이스퀘어(1670억원) 등 굵직한 개발 프로젝트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기획·개발·운용 전 과정을 아우르는 역량을 축적해왔다.
다만 최근 인수전을 거치면서 잡음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위탁자산 펀드 보고서가 동의없이 본입찰 참여사인 한화생명·흥국생명·힐하우스에 제공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위탁 자금 회수 등에 관한 내부 논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지스자산운용은 단순히 자산을 크게 굴리는 운용사가 아니라, 개발·운용·엑시트 전 과정을 설계할 수 있는 드문 플레이어"라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꾸준히 '신뢰 프리미엄'을 부여해온 점이 이번 M&A 기업가치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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