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인공지능(AI) 분야 투자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 국채 발행 증가에 따른 장기금리 인하와 이재명 정부의 배당 세제 개편 등 대내외 경제 정책들이 맞물리며 내년에도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1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초격차 시대-부의 대전환을 위한 2026 재테크 성공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딜사이트 2026 경제전망 포럼'에서 "2026년에도 증시는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선 AI 시장에서 구글 '제미나이'와 오픈AI '챗GPT'의 경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염 이사는 "빅테크 산업에서 2등은 기억되지 않는다"며 "오픈AI, 구글, 엔비디아 등은 최소 2년간 투자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구조"라고 분석했다.
AI 버블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민스키의 '헤지-투기-폰지 금융' 이론을 인용하며 "국제금융센터는 현 국면을 '투기 금융 단계'로 분석했지만, 아직 대형 IT·AI 기업들은 원리금 상환 능력에 문제가 없다"며 "헤지 단계에서 투기 단계로 넘어가는 초입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버블 붕괴의 단초가 될 금리 인상 재개 가능성도 낮게 봤다. 염 이사는 "현재 미국의 고용·임금 흐름을 보면 내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금리가 한 차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1990년대 말 IT 버블도 경고 이후 수년간 상승한 뒤에야 붕괴됐다"며 "지금은 시장을 떠날 타이밍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주식 강세를 뒷받침할 구조적 요인으로는 미국의 규제·제도 변화에 따른 장기금리 하향 압력과 국내 정부 정책의 결과로 자금의 주식시장 쏠림을 꼽았다. 특히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가 완화될 경우 미 국채 장기금리가 하락해 주식시장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 은행들은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5% 이상 맞춰야 하며, 금융위기 이후 미 국채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있다. 국채를 사면 자산이 늘어나 SLR이 낮아지는 역설적인 구조다.
염 이사는 "은행권은 국채를 분모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연준 내에서도 완화 논의가 재점화됐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대한 부채 부담을 고려하면 행정부도 장기금리 인하 유인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 스테이블코인 법안 역시 국채 수요를 늘려 장기금리 하락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7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내용의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과시켰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준비금으로 미국 국채를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국채 수요를 인위적으로 늘려야 한다.
염승환 이사는 "SLR 완화와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규제가 맞물리면 장기금리를 인하시키는 이중 장치가 깔리는 것과 같다"며 "향후 몇 년간 저금리·풍부한 유동성이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에서도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이 주식시장에 친화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현 정부가 출범 이후 시행한 부동산 대출 규제, 예금 이자 과세,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이 모두 자금을 예금·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염 이사는 "최근 통과된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따라 연 2000만원 이상 예금 이자를 받는 약 30만명의 고액 예금자들이 세제 유인을 따라 고배당주·배당 ETF·금융지주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염승환 이사는 내년 유망 섹터로는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을 제시했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AI 모델 고도화로 D램·낸드 수요가 폭증하며 전통 메모리 업체 중심의 '슈퍼사이클'이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존 AI가 '장기 기억이 없는 챗봇' 수준에 머물렀다면 차세대 모델은 사용자와의 과거 대화·취향·패턴을 모두 기억하는 개인 맞춤형 AI로 진화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즉시 꺼내 쓸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구조적으로 폭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업체도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피지컬 AI' 육성 기조가 강화되면 로봇·자동화와 연계된 자동차 부품사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간 '치맥회동'을 언급하며 엔비디아와 현대차 간의 협력에 주목했다.
염 이사는 "엔비디아의 AI GPU 물량 중 약 5만장이 현대차에 공급됐는데 이는 서울시 전체 실시간 교통 관리와 수백만 대 자율주행 추론이 가능할 수준의 인프라"라며 "대형 자동차 회사들이 피지컬 AI 관련 산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유화학주의 턴어라운드도 기대해볼만 하다. 최근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가면서 미국이 강점을 가졌던 천연가스 기반 석화 공정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반면 그동안 고유가에 시달렸던 한국 석화업체에는 숨통이 트이는 국면이라는 평가다.
염 이사는 "시장 눈이 AI와 2차전지에 쏠려 있는 사이 원전·건설·석유화학 같은 턴어라운드 업종이 내년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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