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이재웅 전 쏘카 대표이사가 의료IT 회사인 유투바이오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배경에는 쏘카 경영권 방어가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가 쏘카 2대주주 롯데렌탈의 인수를 진행 중인 만큼, 추후 쏘카 경영권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기인한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쏘카 최대주주인 에스오큐알아이의 특별관계자로 유투바이오가 추가됐다. 유투바이오가 취득한 쏘카 주식은 약 88억원 상당이다. 하지만 실제 현금이 오고 간 거래는 아니다. 이 전 대표는 유투바이오가 단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하면서 현물출자를 선택했다. 이 회사 주식 225만7000주를 받는 대신 쏘카 주식 77만8276주를 내는 방식이다.
◆ 이재웅, 엔디에스 지분 30% 173억에 취득…내년 5월 딜클로징
독특한 부분은 이 전 대표가 공식적으로는 아직 유투바이오 최대주주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전 대표는 3자배정 유상증자 이전까지 유투바이오 주식 31만6382주를 들고 있었으며, 유상증자로 취득한 주식까지 포함해 총 지분율은 19%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이 회사 최대주주는 농심 계열 엔디에스이며, 지분율은 30.1%다.
2009년 출범한 유투바이오는 체외진단 검사 서비스를 주력으로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특수를 누리며 고공성장했으나, 엔데믹 전환 이후 성장세가 꺾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엔디에스가 유투바이오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은 2018년부터다.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헬스케이' 분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특히 엔디에스는 2021년 유투바이오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시키며 최대주주(지분율 33.7%)가 됐다. 이후 무상증자와 유상증자 등을 거쳐 현재의 지분율을 갖추게 됐다.
유투바이오 창업주인 김진태 대표이사는 이 회사 주식 11.5%를 보유한 2대주주다. 김 대표는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유투바이오의 정체성을 벤처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그렸다. 하지만 헬스케어 사업에 집중하려던 엔디에스는 김 대표의 움직임에 반기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김 대표의 백기사로 등판했다. 에스엔디의 유투바이오 주식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주기로 한 것이다.
예컨대 주식매매계약(SPA)가 체결된 지난달 14일 기준 유투바이오 종가는 3585원이었는데, 이 전 대표는 이보다 29.5% 비싸게 경영권 프리미엄(할증)을 인정한 5084원에 취득하기로 했다. 총 거래규모는 173억원이다. 에스엔디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투자 수익을 거두고 엑시트(자금 회수)할 수 있는 만큼 해당 딜을 수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엔디에스는 기 보유한 유투바이오 주식 전량의 소유권을 총 세 차례에 걸쳐 이 전 대표에게 나누기로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계약금 17억원을 이미 납부했으며 ▲이달 26일 69억원(170만여주) ▲내년 1월9일 17억원(170만여주) ▲내년 5월15일 69억원(170만여주)씩 지급할 계획이다. 해당 주식에 대한 양도와 명의개서는 각각의 대금 지급이 이뤄진 날 진행된다. 다시 말해 이 전 대표는 엔디에스가 소유한 유투바이오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뿐, 실제 소유주는 아닌 것이다.
◆ '카셰어링 강화' 롯데렌탈 견제…자금 조달 여력 높은 유투바이오 활용
짚고 넘어갈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쏘카 지배력이 굳건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롯데렌탈(쏘카 지분율 34.6%)의 최대주주 변경 작업이 마무리될 경우 G카(옛 그린카)를 필두로 공격적인 카셰어링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어피니티는 지난해 SK렌터카를 인수한 데 이어 현재 롯데렌탈 인수를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조만간 공정위가 기업결합 승인을 행정처리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피니티가 중장기적으로 국내 렌터카 시장의 '절대강자'를 꿈꾸는 만큼 쏘카 경영권도 노릴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이 전 대표는 쏘카 창업주로 알려졌는데, 엄밀히 말하면 초기 투자자다. 그는 2018년 쏘카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약 2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전 대표는 쏘카에 상당한 애착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롯데렌탈과의 지분 격차가 2%p대까지 줄어들자 사재와 공개매수 등 전방위 방어전을 펼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다 보니 이 전 대표의 유투바이오 투자가 쏘카 지배력 수성과 맞닿아 있다는 게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 유투바이오는 쏘카 최대주주나 여타 특별관계자와는 다르게 코스닥 상장사로, 자금 조달이 비교적 수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이자 쏘카 최대주주인 에스오큐알아이를 비롯해 에스오피오오엔지와 브라보브이파트너스조합, 옐로우독 등은 벤처캐피탈(VC)과 투자조합이다. 이 외 대부분의 주주는 이 전 대표와 친분이 있거나 사업적 연관성을 가진 개인이다. 현 기준 에스오큐알아이와 에스오피오오엔지는 각각 쏘카 주식 10.6%, 4.3%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상태다. 보유 주식의 각각 55%, 72% 수준이라는 점에서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풀이된다.
반면 유투바이오의 경우 쏘카 주식을 추가로 매집할 수 있는 현금을 들고 있다. 올 3분기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3억원 수준이지만, 만기가 1년 이내 도래하거나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300억원 넘게 있다. 단순 계산으로 쏘카 주식이 1주당 1만1000원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분율을 약 8%포인트(p) 가량 확대할 수 있다. 더군다나 유투바이오가 추진하는 벤처지주사가 유망한 벤처회사를 자회사하는 것인 만큼 쏘카 지분율을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유투바이오 관계자는 "김 대표와 이 전 대표는 예전부터 친분을 가지고 교류해 왔다"며 "1세대 벤처 창업주들이 엑시트하기 애매하고, 나이가 들면서 지속적인 사업 영위가 어렵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1세대 창업주들의 거버넌스를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한 방안을 고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쏘카와의 이번 주식 교환은 벤처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사업적 협력을 목적으로 하며, 추가적인 벤처 투자를 통한 자회사화를 구상 중"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쏘카 경영권 관련한 계획을 밝힌 바 없으며, 일부 업계의 해석일 뿐"이라며 "보유 자금도 핵심 사업 운영과 신규 사업 확장, 벤처지주사업 준비 등 다양한 용도로 집행된다"고 말했다. 또 "벤처지주사업 전환과 신규 성장 전략 기반 구조 개편을 위해 이달 3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목적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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