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환율 급등이 국내 금융지주사의 주주환원 확대 전략에 변수가 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오르며 위험가중자산(RWA)이 불어나자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대한 압력이 커졌고, 연말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이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에 은행들은 외화대출 연체 위험과 자본비율 변동을 일일 단위로 점검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CET1 비율은 KB금융 13.83%, 신한금융 13.56%, 하나금융 13.30%, 우리금융 12.92% 수준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3%대 근처에서 유지되고 있지만,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 단기간에 하락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은행권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 CET1 비율이 은행 기준 약 3.2bp, 금융지주는 약 1.2bp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져 RWA가 자동적으로 증가하지만, 자본총액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CET1 비율이 하락하는 구조다.
고환율 장기화는 외화대출 차주의 부실 위험도 높이고 있다. 외화대출 원리금은 환율과 직접 연동되는 만큼,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할수록 차주의 현금흐름 부담이 즉시 커진다. 특히 환율 헤지 수단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중소·중견 수출기업의 경우 원가 상승과 매출 실현 시점 차이로 연체 가능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환율발 자본비율 압박은 금융지주의 연말 주주환원 확대 전략에도 직접적인 제약을 줄 수 있다. CET1 비율이 목표 하단으로 내려갈 경우 배당성 향상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높이려던 계획이 속도 조절에 들어갈 수 있다. 금융지주들은 올해 총주주환원율을 40~50% 수준으로 제시해왔으나 예상보다 큰 폭의 RWA 증가가 발생할 경우 배당성향을 낮추고 내부 유보를 확대하는 전략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 정책도 자본관리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5대 금융지주는 내년부터 총 500조원 규모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예고했는데, 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려면 충분한 자본여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서는 충당금과 자본 여력을 균형 있게 확보해야 한다"며 "환율 변동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건전성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은행권은 리스크 대응을 위해 유관 부서를 중심으로 외화대출 연체 가능성 등을 일일 단위로 점검하며 대응에 돌입한 상태다. 자체 위기 판단 지표를 활용해 리스크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위기관리협의회 등 비상 조직을 즉시 가동하는 등 모니터링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연체율이 급등한 상황은 아니지만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업종별로 부실이 누적될 가능성이 있다"며 "리스크 전담 부서를 중심으로 외화대출 기업들의 현금흐름과 위기 대응 여건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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