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SK텔레콤이 '소버린 인공지능(AI)' 정부 사업에서 최종 2강에 진입하기 위한 작업에 총력을 기울인다. 관련 사업부서는 대외 접촉 및 노출을 최소화하며 시장·기술 시너지 극대화에 매진 중이다.
시장에선 '자체모델 개발 경험이 적어 광탈(광속탈락)할 것'이란 비관론과 '외연 확장에 따른 대내외 시너지가 막대할 것'이란 낙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SK텔레콤이 그룹 AI 역량을 총결집하고 글로벌 기술 역량을 빠르게 내재화하는 방식으로 시장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SK 내부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최근 소버린 AI 프로젝트 관련 부서 임원들이 최종 사업자 선정을 목표로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외적인 접촉과 노출은 최소화하고 실제 성과로 내보이겠다는 심정으로 임하는 중"이라며 "불안정한 전망이 지속 제기되는 만큼, 외부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조속한 성과를 도출해 AI 기술·서비스 경쟁력을 시장에 내비치겠다는 복안"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월 AI 기초모형 개발 사업 참여 기업으로 ▲SK텔레콤 ▲네이버클라우드 ▲NC AI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등 5곳을 선정했다. 정부는 글로벌 AI 모델의 95% 수준에 달하는 성능을 확보해 해외 AI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선정된 5개 팀은 2027년까지 경쟁을 통해 최종 2개 팀으로 추려질 전망이다.
이중 SK텔레콤은 통신사로선 유일하게 AI 사업자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같은 기간 고배를 마신 KT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 비중을 끌어 올리며 자체모델 개발에 한계를 노출한 점을 고려하면, 자체모델 개발 가능성에 고평가를 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안심하긴 아직 이르다. 자체모델 개발 경험에서 경쟁팀 대비 열세를 보인다는 시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유력한 최종 후보로 점쳐지는 'LG AI 연구원'의 경우 최근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엑사원' 성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국내외 호평을 받고 있다. SK텔레콤도 '에이닷엑스 3.1' 버전 등에 '프롬 스크래치(모델 첫 단계부터 모두 직접 구축)' 방식을 적용하며 자체 개발력을 일부 입증했다. 다만 최근 공개한 '에이닷엑스 4.0'에 알리바바의 오픈소스 LLM을 적용하는 등 해외모델 의존도 역시 여전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모델 개발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당장 KT 뿐만 아니라 SK텔레콤에도 적용되는 문제"라며 "다만 SK하이닉스, SK AX 등 그룹사들이 AI 부문을 중심으로 수익구조를 빠르게 재편 중인 만큼, 자체 개발간 내부 시너지가 막대할 것이란 기대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의 최종 사업자 선정 여부는 외부 역량을 얼마나 빠르게 내재화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당분간 유망 기업부터 빅테크까지 협력 체계를 대폭 확대해 기술 인프라 및 시장 확장 가능성을 내비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텔레콤으로선 단순 외연 확장에서 더 나아가 대내외 AI 역량을 고도화·내재화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셈이다. 현재 SK텔레콤은 반도체부터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AI' 역량을 앞세우고 있다. 이번 정부 사업을 위한 컨소시엄에는 ▲크래프톤 ▲포티투닷 ▲리벨리온 ▲라이너 ▲셀렉트스타 등 AI 유망기업을 비롯해 ▲서울대학교 ▲카이스트 등 연구기관이 참여한다.
당장 외연 및 인프라 확장 측면에선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SK텔레콤은 최근 국내 최고 수준의 소버린 GPUaaS(GPU-as-a-Service) 클러스터 '해인'을 출시했다. 1000장이 넘는 엔비디아의 최신 AI칩인 '블랙웰 B200'을 단일 클러스터로 구성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번 GPUaaS는 과기정통부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임차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소버린 AI 사업 전개 과정에서 GPU 자체 조달이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한 셈이다. 이 밖에 SK는 대규모 GPU를 수용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의 '울산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등 그룹 차원의 AI 인프라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차별점은 SK그룹의 선제적인 투자 기조가 뒷받침한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 미국 AI데이터센터 솔루션 회사인 '펭귄 솔루션스'에 자사 AI투자 중 최대 규모인 2억달러를 투입하며 GPUaaS '해인'을 출시하는 결실을 맺었다. 이 밖에 AI 유망 기업인 '앤트로픽'과 '퍼플렉시티'는 투자 후 기업가치가 각각 10배, 6배 넘게 상승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과거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서도 뚝심 있는 투자를 고집하며 대대적인 반등을 이뤄내는 등 확고하고 선제적인 투자 DNA를 보유하고 있다"며 "AI 투자 부문에서도 비교적 단기간에 유의미한 성과가 도출된 만큼, 시장 기대감은 당분간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시장 확대 측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SK텔레콤은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주도하며 해외 주요 통신사들의 역량 결집 및 네트워크 확장에 힘쓰고 있다. 북미 진출을 앞둔 AI 에이전트 '에스터'의 경우 얼라이언스 고객사들과 협력해 발 빠른 글로벌 진출을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관건은 자체모델 개발을 위한 기술력을 확보하느냐다. 인프라 및 시장 확장성은 자체모델 개발 역량을 확보한 이후의 문제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엔비디아 GPU 자체 조달 등 인프라 측면에서 엄청난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기간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모빌리티 등 데이터 역시 추후 자체모델 구현간 차별화를 이뤄낼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추후 자체모델 개발 및 구현에 미숙한 모습이 이어진다면 기존 강점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며 "자체 연구개발 조직과 컨소시엄 내 연구기관의 기술적 시너지에 따라 최종 결과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자체 개발력에 외부 시너지를 결합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전략 일환으로 올 연말까지 새로운 자체 LLM을 출시할 계획이다.
유영상 대표는 최근 링크드인을 통해 "우리 컨소시엄은 크래프톤, 포티투닷, 리벨리온 등 국내 유수 기업과 서울대, 카이스트 등 세계적 명문 대학으로 구성됐다"며 "연말까지 5000억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LLM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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