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삼성전기 베트남 법인이 플립 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 전초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해외 생산 법인 가운데 베트남의 위상도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기 베트남 법인의 실적은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5938억원, 순이익은 1328억원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21.4% 늘었고, 순이익은 1223.6%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6월부터 양산을 본격화한 FC-BGA 덕분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3년 타이응우옌성에 설립된 베트남 법인은 카메라 모듈과 경연성회로기판(RFPCB) 생산을 맡았다. RFPCB는 딱딱한 기판과 휘어지는 기판을 결합한 복합 인쇄회로기판(PCB)으로, 주로 스마트폰과 전장 부품에 쓰였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낮아 중국 업체들이 대거 몰렸다. 이에 삼성전기는 2021년 10월 RFPCB 사업을 접었다.
같은 해 12월 삼성전기는 FC-BGA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기 위해 베트남 법인에 생산 설비와 인프라 구축 자금으로 8억5000만달러(약 1조1792억원)를 투입했다. 베트남 법인에서는 서버용을 비롯한 하이엔드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초기 물량은 부산 공장에서 생산하고, 공정이 안정화되면 일부 물량을 베트남으로 이전한다.
이후 2년 6개월 만인 지난해 2분기부터 베트남 법인의 FC-BGA 공장 가동을 시작, AI용 반도체 기판 생산에 나섰다. 온디바이스 AI PC용 반도체 기판을 시작으로 AI 서버, 네트워크용 기판 생산 계획도 수립했다.
FC-BGA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 베트남 법인 매출이 크게 늘었다. RFPCB 사업을 정리한 2022년 매출은 1조9751억원이었으나 2023년 2조1273억원, 지난해에는 2조7821억원으로 뛰었다.
베트남 법인의 매출 증가세는 올해도 이어졌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삼성전기의 다층 세라믹 캐패시터(MLCC) 핵심 생산 거점인 중국 톈진 법인(1조4144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만 해도 베트남 법인의 연간 매출은 톈진 법인(2조8992억원)에 못 미쳤지만 올해는 추세가 바뀐 셈이다. 업계에서는 MLCC 가동률이 전반적으로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라는 평가다.
업계는 AI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FC-BGA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 법인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최근 늘어나는 주문형 반도체(ASIC) 수요도 베트남 법인의 또 다른 반등 기회다. 대부분의 기판 생산 업체들이 미국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기판 수주에 몰두하면서 ASIC 대응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전기 베트남 법인은 최근 투자로 생산 능력(CAPA)을 확대했으며, 유휴 공간을 활용해 ASIC 수주에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는 현재 공급 중인 아마존, 애플, 테슬라 외에도 메타, 구글, 오픈AI 등 주요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ASIC 생산에 활용되는 FC-BGA 공급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확산과 함께 FC-BGA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기 베트남 법인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며 "대규모 투자가 이미 집행된 만큼 베트남 법인은 앞으로 삼성전기의 글로벌 패키지 기판 공급망에서 핵심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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