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LS가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호반의 지분 매입 공세에도 경영권 방어에 자신감을 드러낸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전체 소각 계획 100만주 가운데 절반만 집행하고 나머지는 내년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교환사채를 발행하며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거나 오너일가가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 LS 지분 확보 가능성을 내비친 점을 고려하면 경영권 방어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S는 지난달 21일 보통주 50만주를 소각했다. 이에 따라 총 발행주식은 기존 3220만주에서 3170만주로 줄었다. 액면가 5000원을 적용하면 해당 물량은 25억원에 해당하지만 이번 소각은 배당가능이익으로 취득한 주식을 소각한 건으로 자본금 변동은 없다. 회사가 당초 기대했던 자사주 소각 금액은 8월11일 종가(17만1200원)를 적용한 856억원이었지만 실제 소각일 종가가 15만800원으로 1만4000원가량 낮아지면서 소각액도 754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이번 자사주 소각은 LS가 지난달 12일 주주환원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워 발표했던 100만주 소각 계획의 1차분이다. 나머지 50만주는 내년 1분기 중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업계에서는 호반이 LS 지분 매입에 나선 데다 하림그룹 계열사 팬오션까지 가세한 시점에 나온 발표라는 점에서 경영권 안정에 무리가 없다는 자신감으로 해석했다. 올해 6월30일 기준 보유 중인 자기주식 446만5097주 가운데 이번에 소각한 50만주는 약 11% 수준이다.내년 1분기 2차 소각이 실제로 이행되면 소각의 실질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내년 1분기로 예정된 나머지 50만주의 활용법이 다양해질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호반의 지분 매입이 이어지고 경영권 방어 구도가 한층 치열해질 경우 LS가 자사주를 소각하기보다 우호 세력에 넘겨 지분을 강화하는 쪽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나온다. 50만주가 발행주식 대비 규모는 작지만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는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시로 소각 계획을 못 박았지만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면 입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결국 내년 2차분 실행 여부를 두고 LS의 진정성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LS 행보는 호반의 공세에 적극 방어하려는 모양새다. 사촌경영 체제를 유지하다 보니 오너일가 지분율은 0~3% 수준으로 흩어져 있어 특정인의 절대적 지배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호반이 이 구조적 허점을 파고들어 경영권을 흔들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반면 LS 측은 "오너일가가 합산해 30%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 자사주까지 더하면 50% 안팎에 달한다"며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경영권 위협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LS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LS 최대주주는 구자열 이사회 의장으로, 60만3739주(1.87%)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모두 합한 오너일가 지분율은 32.1%다. 같은 기간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446만5097주로 13.9% 수준이다. 이번 50만주 소각이 반영되면 오너일가 지분율은 32.6%로 소폭 높아지고 자사주 비율은 12.5%로 낮아진다. 합산 지분율 역시 45% 안팎에 머물러 LS 측 주장처럼 '50% 방어선'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 지분 확보나 오너일가의 직접 지분 매입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LS는 지난 5월16일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을 상대로 650억원 규모의 2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교환대상은 LS 보통주(자기주식) 38만7365주로, 전체 주식총수의 1.2%에 해당한다. 교환가액은 16만7800원이며, 교환권 청구기간은 올해 12월2일부터 2030년 5월2일까지다. 회사 측은 조달 자금을 KDB산업은행 차입금 1005억원 상환에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EB를 한진그룹과의 연대 신호로 본다. 자사주는 보유 중에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넘어가면 의결권이 살아난다. 결국 교환권이 행사되면 대한항공이 LS 지분을 확보하게 되고, 이는 호반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한진그룹을 LS의 우호 세력으로 끌어들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오너일가의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구자은 LS 회장을 비롯해 구자철 예스코 회장,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구자열 LS그룹 이사회 의장,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녀 구은희씨 등 주요 인사들이 지난달 21일 일제히 LS에코에너지 지분 매각 계획을 공시했다. 처분 기간은 이달 22일부터 한 달간이며, 규모는 총 677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명목상 '재무 유동성 확보와 계열사 지분 매입'을 이유로 들었지만 시장에서는 호반과의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 LS 지분 매집을 위한 실탄을 마련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소각 자체도 호반의 추가 지분 매입을 막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시각도 나온다"며 "결국 LS가 내세운 자신감 행보 뒤에는 교환사채 발행, 오너일가의 지분 매각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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