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선정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서남권에서 생산한 전력을 해저 초고압직류송전(HVDC)망으로 중부권에 공급하는 프로젝트로, 사업 규모만 11조원에 이른다. 본입찰은 아직 멀었지만 LS전선과 대한전선의 물밑 경쟁은 이미 달아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력망 확충을 위한 '국가기간 전력망 특별법'이 오는 26일 시행된다. 이후 법령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주재 실무위원회가 꾸려져 국가기간 전력망 지정과 세부 추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만큼 서해안 구간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조만간 공개될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오는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만 확정된 상태다.
산업부 전력정책관 내 에너지 고속도로 추진단 관계자는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은 국가 전력망을 구축하는 일로 특별법 시행 이후 국가기간 전력망을 지정하는 절차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해안 축을 중심으로 최대한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 목표지만 입지 선정, 주민 협의,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가 남아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노선을 정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다만 특별법 제정 취지가 이러한 절차를 단축해 속도를 내자는 데 있는 만큼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호남에서 생산한 해상풍력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는 11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바다 밑으로 전력을 장거리·대용량으로 송전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교류(AC) 방식이 아닌 HVDC 기술이 필수다. HVDC에 쓰이는 해저케이블은 국내에서 LS전선과 대한전선이 생산하며, 두 회사 모두 케이블 제조부터 시공·유지보수까지 턴키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사업 시행은 한국전력공사가 맡았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한전이 입찰 공고를 낼 것으로 관측하고 있으며, LS전선과 대한전선 양사 모두 수주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이 가시화하면서 양사 모두 HVDC 케이블 경쟁력 강화에 벌써부터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 LS전선은 최근 강원도 동해시 해저케이블 공장에 '5동'을 준공해 HVDC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4배 이상 확대했다. 이를 통해 아시아 최대급 생산설비를 확보하며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계열사 LS마린솔루션은 HVDC 전용 포설선 신조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장거리 HVDC 시공에는 1만 톤급 이상의 전용 포설선이 필수로, 생산과 시공 역량을 모두 갖춘 기업만이 글로벌 수요와 국내 초대형 프로젝트에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LS전선 관계자는 "국내에서 HVDC 해저케이블을 실제로 생산·조달·시공까지 완료한 경험을 가진 곳은 우리뿐"이라며 "입찰 공고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한전선도 올 상반기 충남 당진에 해저케이블 1공장을 종합 준공하며 외부망 생산 역량을 확보했고, 2027년 가동을 목표로 2공장 건설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7월에는 해저케이블 시공 전문 법인 오션씨엔아이를 인수해 시공 및 엔지니어링 역량을 내재화했고,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 전용 케이블 부설선(CLV)인 '팔로스호'를 보유하고 있다. 팔로스호는 최근 영광낙월 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 외부망 케이블 포설을 안정적으로 마치며 성능을 입증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글로벌 소수 기업만 보유한 해저케이블 턴키 수행 역량 확보를 통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 대형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참여를 준비 중"이라며 "국내에서 쌓은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세계적으로 확장되는 신규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연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사건 수사 결과가 이번 수주전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이 자사의 해저케이블 기술을 빼돌렸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가 지난해부터 수사를 진행 중이다. 대한전선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수사가 장기화해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발주 일정과 맞물려 양사 간 갈등 구도는 한층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수주전에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한 업체가 물량을 단독으로 맡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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