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이 6년 만에 지주사로 복귀하면서 CJ그룹의 경영 승계 시계도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 공백기 이후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으로 복귀한 이선호 실장은 슈완스 인수 후 통합 작업과 비비고 세계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의 모태인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사업을 책임지며 경영 성과를 보여준 이 실장이 지주사에서 그룹 단위의 미래 사업을 챙기게되면서 본격적인 경영 승계 '전초전'이 시작됐다. 딜사이트는 CJ그룹의 빨라진 경영 승계 과정에서의 시나리오와 변수 등을 살펴봤다.
[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CJ그룹 오너 4세인 이선호 실장이 지주사로 복귀하면서 CJ그룹의 승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승계의 지렛대로 꼽히는 CJ올리브영(올리브영)을 둘러싸고 IPO와 CJ지주와의 합병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업계 안팎에서 거론된다. 다만 상법 개정과 합병비율, 국민연금 등 여러 변수가 남아 있어 승계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장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CJ그룹의 승계 해법은 올리브영 상장 후 합병 방안이다. 2021년부터 CJ그룹이 올리브영 상장을 공식 추진하면서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이 이선호 실장의 승계 재원으로 활용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회를 통과한 1차 상법 개정안이 올리브영 IPO의 변수가 됐다. 올해 7월 의결된 1차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신설, 감사위원 선임 '3%룰' 강화, 대규모 상장사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독립이사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 이사진의 충실의무 범위가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되면서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 주주가치가 희석될 경우 법적 책임이 뒤따를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CJ측도 중복 상장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CJ가 CJ올리브영 IPO 없이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기업가치가 높고 오너가 4세가 상대적으로 지분이 많은 CJ올리브영을 지주사 CJ와 합병하면 자연스럽게 지주사에 대한 오너 4세의 지배력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선호 실장은 CJ지주의 지분 3.2%를 갖고 있지만 올리브영의 지분은 11.04%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합병비율이라는 변수가 남는다. 오너일가가 지분을 많이 가진 계열사를 합병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은 재계에서 승계 수단으로 반복돼 왔지만 그 과정마다 합병비율을 둘러싼 논란이 뒤따랐다. 제일모직-삼성물산, SK-SK C&C, 동원-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등이 대표적 사례며 모두 합병비율을 둘러싼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이선호 실장이 승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면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최대한 높게, 반대로 CJ의 가치는 낮게 평가돼야 한다. 올리브영이 상장한 뒤 합병이 추진될 경우에는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비교적 단순하게 합병 비율을 산정할 수 있다. 다만 상장 과정을 거친 뒤 합병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절차가 길어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비상장 상태에서 합병이 이뤄질 경우 합병비율 산정은 훨씬 복잡해진다. 객관적인 주가 기준이 없어 자산가치·수익가치 평가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CJ가 이미 올리브영 지분 51.2%를 보유한 대주주인 만큼 합병 시 올리브영 가치가 어느 정도 CJ의 가치에 반영될지도 쟁점이다.
이동섭 거버넌스 포럼 국장은 "CJ가 올리브영을 흡수합병할 경우 관건은 공정한 합병비율이 될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올리브영은 비상장사인만큼 합병 시 외부기관의 공정가치 평가를 받게 될 것인데 CJ가 이미 올리브영의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 지분가치도 충분히 CJ의 기업가치에 반영돼야 한다"며 "그래야 합리적인 합병비율을 산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CJ가 올리브영을 합병할 경우 CJ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입장도 잠재적 걸림돌로 지적된다. 국민연금은 CJ 지분 13.48%를 보유하고 있어 합병비율이 올리브영에 유리하게 책정되면 보유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결국 올리브영 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국민연금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도 비슷한 상황에 손해를 본 전례가 있다.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대주주였지만 합병비율이 불리하게 산정되면서 2023년 기준 최소 2451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 삼성물산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국장은 "만약 합병 비율이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게 산정될 경우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 원칙상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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