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동성제약이 오너일가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양구 전 회장이 보유지분을 외부에 매각한 지난 4월을 기점으로 회사는 소송전과 맞고발, 회생절차와 상장심사까지 겹치며 큰 혼란에 휘말리고 있다. 최대주주 지분 매도가 단순한 이해 충돌을 넘어 경영권과 회사 존립을 위협하는 갈등으로 번진 양상이다.
동성제약 측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이달 2일 이 전 회장과 브랜드리팩터링이 제기한 대표이사·이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항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동성제약이 6월 회생 절차 개시로 공동관리인 체제에 들어간 만큼 별도의 직무집행정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자금 유용, 주가조작, 불법 신용공여 혐의도 "제출된 자료만으로 불법행위가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올해 4월 이 전 회장이 보유지분 14.12%를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하면서다. 이 과정은 조카인 나원균 현 동성제약 대표와의 사전 협의 없이 이뤄졌으며 거래가는 당시 주가(3820원)보다도 14.8% 낮은 3256원이었다. 여기에 계약 조건에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보장 정황까지 담겨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조카에게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할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해석한다. 지난해 10월 그는 나 대표와 '의결권 포괄 위임 약정'과 '경영권·의결권 포기 각서'를 체결했고 12월에는 누나 이경희와 주식양도계약까지 맺은 사실이 전해졌다. 결국 외부 자본과 손잡아 경영 복귀를 추진한 것은 세대교체가 아닌 일시적 위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다.
서울고등법원이 이 전 회장 측의 신청을 기각하자 분쟁은 형사 사건으로 확산됐다. 이 전 회장 측은 나 대표 등 현 경영진을 177억원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지난달에는 동성제약이 이 전 회장과 브랜드리팩터링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맞고발했다. 양측 모두 상대를 불법 경영의 책임자로 몰아세우며 대립이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나아가 동성제약 현 경영진은 "더는 버틸 수 없는 재무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며 5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튿날 법원은 재산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고, 6월 회생절차 개시와 함께 공동관리인 체제가 확정됐다. 회사 측은 "20여 년간 누적된 이 전 회장의 경영 실패를 수습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혼란은 시장에도 직격탄이 됐다. 동성제약 주식은 회생 절차 개시 직후 거래 재개 과정에서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며 2780원에서 973원까지 급락했다. 소액주주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 전 회장 측은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회생을 남용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현 경영진은 "전임 경영 실패와 자산 유출의 결과"라며 맞서고 있다.
여기에 한국거래소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착수하며 상장폐지 리스크도 가시화됐다. 거래소는 8월 13일 동성제약에 9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기업이 제출한 개선계획 이행 내역,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가능성, 경영 투명성, 주주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내년 상반기 상장 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동성제약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이달 12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임시주총)가 가를 전망이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회생은 20여년간 누적된 전임 경영진의 실패를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임시주총에서 전면 부결을 통해 회생계획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브랜드리팩터링 관계자는 "현 경영진은 기업회생절차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회생은 필요 없는 절차였고 주총을 통해 현 경영진을 교체해 회사 정상화를 이끌겠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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