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쿠팡이 '쿠팡 인텔리전트 클라우드(Coupang Intelligent Cloud, CIC)'를 앞세워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자사가 보유한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외부에 개방하고 AI 생태계 조성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첫 시험대로 여겨진 정부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업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AI 클라우드 GPU 인프라 확보·구축·운용 지원 사업'에서 네이버클라우드·NHN클라우드·카카오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며 쿠팡은 제외됐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총 1조4600억원 규모로 정부는 민간과 함께 1만3000장의 고성능 GPU(B200·H200)를 확보해 AI 연구개발 및 공공 프로젝트에 투입할 계획이다. NHN클라우드(7656장), 네이버클라우드(3056장), 카카오(2424장)가 참여하며 이 중 1만장 이상은 정부가 직접 활용한다. 확보된 GPU는 고성능 클러스터 형태로 구축돼 대규모 연산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당초 쿠팡도 GPU 1만장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지만 외부 데이터센터 임차 구조와 클라우드 운영 실적 부족 등이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정부는 연내 가동 가능성, 자체 클러스터링 역량, 기술 완성도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아 사업자를 선정했다.
업계에선 쿠팡의 GPU 기반 특화 전략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업자(CSP)는 물론 네이버·KT·NHN 등 국내 주요 사업자들도 이미 자리를 잡은 상황이라 후발주자인 쿠팡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안정적인 운영 이력과 고객 신뢰도, 초기 레퍼런스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클라우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은 기술력과 자금력 모두 탄탄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공공·B2B 시장에선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 이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초기 레퍼런스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사업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쿠팡은 CIC를 중심으로 AI 클라우드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내부 서비스와 외부 스타트업, 연구기관 등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제공해오던 AI 인프라를 공식 브랜드로 리브랜딩하고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클라우드 사업을 본격화하면서다.
쿠팡이 클라우드 사업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수익성 구조 개선이라는 전략적 목적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쿠팡은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연간 40조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낮은 마진 구조 탓에 영업이익률은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클라우드 산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실제로 미국 아마존은 전체 매출의 17%가량을 차지하는 AWS를 통해 그룹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창출하고 있다. 쿠팡 역시 CIC를 통해 고마진 구조를 갖춘 기술 기반 사업으로 체질을 전환하고 성장의 기반을 이커머스에서 기술로 확장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자사 서비스 고도화와 운영 효율화를 위해 자체 AI 인프라를 꾸준히 활용해왔다. 고객 맞춤형 기능 개선은 물론 전국 23만여 입점 중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에도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서울 및 수도권에 위치한 CIC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GPU와 대용량 전력 인프라, 고효율 냉각 시스템, 이중화 전원 설비 등을 갖췄다. 지연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도 적용돼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쿠팡은 CIC를 통해 GPU 클러스터 또는 턴키 방식으로 연산 자원을 제공하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스타트업 및 연구기관과의 협업, 정부 공동 프로젝트 참여 등을 통해 AI 인프라 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인재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인도 벵갈루루 등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AI 및 클라우드 전문 인력을 적극 채용 중이다. 올해 초에는 미국 자회사 '엘리브에이트(Elev8)'를 설립하며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 확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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