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코퍼레이션이 차량부품 전문기업 '시그마' 인수를 계기로 제조업 진출에 뛰어들며 '퀀텀점프'를 노리고 있다. 1976년 현대종합상사로 출범한 현대코퍼레이션은 2016년 현대중공업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되는 변화를 거친 뒤 2021년 사명 변경과 함께 '사업 다각화'를 성장 비전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현대코퍼레이션이 시그마를 미래 성장축으로 낙점한 배경과 '범현대가'라는 태생적 정체성이 앞으로 기업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두루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시그마 상장은 현대코퍼레이션이 성장 잠재력을 시장에 증명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전환점으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특히 상장 자회사가 향후 현대코퍼레이션 오너 3세 승계를 위한 주춧돌로 작용할 경우 일석이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시그마, 현대코퍼 사업 다각화 동력·밸류업 기여 '기대'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3개년도 경영실적 기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비상장주식 평가방법으로 계산한 시그마 지분가치는 약 950억원으로 추산된다. 모두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가중 평균해 도출한 값이다.
시그마의 몸값만 따져보면 규모 면에서 눈길을 끄는 수준은 아니지만 IPO에 성공할 경우 모회사 기업가치 상승에 일조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현대코퍼레이션이 시그마 인수로 자동차 부품제조 신사업을 영위하게 되면서 주식 시장 내 성장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그마의 장점으로는 사업 안정성이 꼽힌다. 현재 시그마는 현대차·기아 등 주요 완성차 기업 30여개 생산 차종에 차량 조명 및 전장 부품을 공급 중이다. 특히 국내에 '엠비언트 라이트(무드 조명)'를 처음 도입한 선도기업으로 관련 시장에서 점유율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지표만 두고 보더라도 시그마 인수를 통한 기업가치 반등의 필요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25일 종가를 반영해 계산한 현대코퍼레이션 PBR은 0.52배로 계산된다. 통상 PBR이 1배 미만이면 저평가주로 분류되는데 기업의 자산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이 거래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현대코퍼레이션은 트레이딩(중계무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업구조 탓에 저평가 상태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1분기 기준 트레이딩 사업부가 현대코퍼레이션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9%에 달했다.
한승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그마 인수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 영역 확장으로 트레이딩 의존도를 감소시키고 현대코퍼레이션 주가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 시그마 상장, 현대코퍼 계열분리 포석 전망
현대코퍼레이션 입장에서 시그마 상장은 기업가치 제고에 더해 승계 발판을 다지는 전략적 카드로 활용될 여지가 클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현대코퍼레이션의 총수는 범현대가 2세대 경영인인 1961년생 정몽혁 회장으로 정 회장은 슬하에 2남1녀를 두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2015년 정몽혁 회장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확보하면서 지금의 경영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2015년 말 정 회장이 1194억원에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현대종합상사 주식 256만2000주(19.37%)와 현대씨앤에프 주식 111만4463주(12.25%)를 매입해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것이 지배구조 개편의 계기가 됐다.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씨앤에프는 각각 현대코퍼레이션과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의 전신이다.
오너 3세인 정 회장의 세 자녀들은 경영 일선에서 실무를 익히고 있다. 장녀인 1988년생 정현이씨는 조명기구 제조기업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 대표이사직을 수행 중이다.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는 2022년 정몽혁 회장이 설립한 회사인데 현대코퍼레이션과는 지분 연결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장남 정두선 부사장과 차남 정우선 과장은 현대코퍼레이션을 경영 무대로 삼은 모습이다. 정 부사장은 1990년생으로 현대코퍼레이션 벙커링 사업 자회사인 현대퓨얼스 법인장직을 맡고 있다. 정 부사장은 영국 런던 커뮤니케이션 대학(L.C.C) 마케팅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14년 9월 현대코퍼레이션 법무팀에 입사했다. 이후 현대코퍼레이션 사업개발팀장직을 거쳐 2019년 현대코퍼레이션 현대퓨얼스 법인장 상무보로 승진하며 임원 반열에 올랐다. 1997년생인 차남 정우선 과장은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시그마가 오너 3세의 경영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대로 쓰이는 방안이 현실성 있게 거론된다. 정현이 대표와 정두선 부사장이 각각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와 현대퓨얼스 사업을 전담한 만큼 정우선 과장이 시그마 법인 운영을 진두지휘해 실전 경험을 쌓아 올릴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예로 들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코퍼레이션이 시그마를 매개로 계열분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범현대가의 가부장적 가풍을 고려해 정두선 부사장이 현대코퍼레이션 경영권을 물려받고 정우선 과장이 시그마를 맡아 독자 경영의 길을 걷는 승계 그림이 대표적이다.
통상 상장 자회사는 오너 일가가 후계구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영권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활용된다. 특히 상장사 특성상 외부 자금 유치를 바탕으로 사업 확장을 도모하기 용이한 데다 시장의 엄격한 감시 하에 경영 투명성을 관리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후계자에게 유리한 승계 사다리로 통한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기업 인수 초기 원활한 인수 인계 및 경영 안정 일환으로 전임 대표가 일정기간 대표직을 수행하는 사례가 잦고 시그마도 일정 기간 기존 대표가 수장직을 수행할 것으로 본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로 비밀 유지 사항에 따라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