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국내 식품업계는 오랫동안 '짠물배당' 이미지와 함께 주주환원에 소흘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류열풍으로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조명을 받은지도 수 년이 흘렀지만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회사들의 주가가 여전히 횡보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여기에 불안정한 국제정세와 내수시장의 침체는 식품업계의 보수적인 주주환원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식품업계의 주장은 이렇다. 원·부자재의 가격 불안정과 인건비, 물류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배당을 쉽게 늘릴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2022년 2월부터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원·부자재 가격의 급등을 불러왔고 식품업계의 수익성을 갉아먹었다. 특히 정부의 가격 인상폭 최소화 기조까지 더해지며 '이익잉여금'은 주주들에게 돌아가기보다 회사의 안전자산으로 취급돼왔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잘 드러난다. 지난해 상장 식품회사의 결산배당 시가배당률은 평균 2% 중반대로 집계됐다. 같은기간 코스피 상장사들의 평균 시가배당률 3.05%을 하회하는 수치다. 배당성향을 살펴봐도 동원F&B 12.08%, 삼양식품 9.05%, 풀무원 10.62%, 샘표 6.14%, SPC삼립 16.84% 등 20%를 넘지 않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이 또한 코스피 상장사들의 배당성향 평균 34.74%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상법개정안은 식품업계의 주주환원책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 공약으로 증시 부양 정책의 핵심이다.
이에 국회에서도 상법개정안을 두고 활발할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달 9일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사주 취득 시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하는 상법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22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사주 취득 즉시 소각하도록 하는 상법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특히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법 시행 이전에 상장사가 보유한 자기주식 역시 6개월 내 소각하도록 강제한다.
여기서 문제는 국내 식품업계의 자사주 비중이 꽤 높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샘표는 자사주 비중이 29.92%에 달하고 오뚜기(14.18%), 하림지주(13.16%), 국순당(11.86%), KT&G(11.62%)도 자사주 비중이 10%를 넘긴다. 이외 매일홀딩스(9.96%), 해태제과식품(8.93%), 빙그레(7.47%)도 예외는 아니다.
결과적으로 자사주 처리 방안을 두고 국내 식품업계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보유한 자사주를 처분한다면 당장의 이익을 볼 순 있겠지만 주가에는 하방압력이 가해질 수 밖에 없고 자사주를 소각하려니 눈 앞의 손실이 커보이는 까닭이다.
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상법개정안은 식품업계에게 주주환원에 대한 진심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동안 비용부담에 못 이겨 짠물배당이라는 오명을 들어왔다면 자사주 처분보다는 소각을 통해 주주들의 요청에 응답하면 된다. 실제 자사주 소각은 기업의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 중 하나다.
현재 자사주 비중이 높은 샘표나 하림지주 등은 상법개정안 발의 당일 주가가 급등하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결국 이번 상법개정안을 위기로 받아들일지 기회로 받아들일지는 기업에게 달렸다. 식품업계가 이번 기회를 주주환원에 대한 터닝포인트로 만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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