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1년에 두 번 열리는 언팩은 삼성전자의 연내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로, 신제품을 선보이는 '기술 축제의 장'이다. 지난 9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하반기 언팩에서는 삼성전자 폴더블폰 중 가장 얇은 두께를 자랑하는 갤럭시Z 폴드7가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삼성전자의 명운을 이번 갤럭시Z 플립7의 성공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 플립7에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500'을 전량 탑재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플립7이 성공해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반등도 담보된다.
업계에서는 출시 직전까지 삼성전자가 어떤 칩셋 탑재 전략을 띄울지 의견이 분분했다. 3나노미터(nm) 공정에서 제작되는 엑시노스 2500은 양산의 적정 수율인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30~40%의 낮은 수율로 '생산할수록 적자'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엑시노스를 탑재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제까지 했던 것처럼 유럽·한국 출시 제품에 엑시노스, 미국·중화권 제품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탑재하는 지역별 AP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삼성전자는 전량 엑시노스를 탑재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의 예상치 못한 '엑시노스 카드'에 시장도 술렁였다. 노 사장은 "충분한 성능과 품질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삼성의 고민도 느껴졌다. 정작 갤럭시Z 플립7의 보도자료에는 엑시노스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첨부된 제품 세부 사양에만 명시됐을 뿐이다. 고의로 누락한 것은 아니겠지만, 전면에 엑시노스 전량 탑재를 내세우지 못한 것은 이번 결정을 놓고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전량 탑재를 강행하는 이유는 낮은 수율 등 리스크를 감내하고서라도 파운드리의 '실전 경험'을 쌓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갤럭시Z 플립7의 출하량은 500만대 규모다.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 보면 제한적인 수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입장에선 큰 수익을 내기엔 규모가 작다. 수익을 내기보단 플래그십 제품에 자체 생산 칩을 전량 공급한 경험을 레퍼런스에 추가했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둔 결정이다.
다만 넘어야 할 장벽은 여전히 높다. 우선 엑시노스 브랜드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지난 2022년 'GOS(게임최적화서비스) 사태' 당시 업계에서는 엑시노스 2200의 발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삼성전자가 이를 감추기 위해 GOS로 성능을 제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엑시노스의 성능에 대한 선입견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소비자 신뢰는 급격히 식었고, 엑시노스의 입지도 불안정해졌다.
그렇기에 갤럭시Z 플립7의 성공이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수율보다 성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과거 GOS 등의 논란 없이 제품의 완성도가 높고 성능에 대한 신뢰가 회복된다면 엑시노스의 이미지도 많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무조건적인 '몇 년까지 몇 나노' 식의 장밋빛 로드맵을 제시하며 미래를 강조해왔다. 지난 2022년 파운드리 포럼에서는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공언했다. 수율과 안정성 보다는 선단 공정에 대한 숫자에만 집착했다. 그러나 올해 파운드리 포럼에서는 1.4나노 양산 시점을 2029년으로 미루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완성도가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더군다나 삼성전자는 2026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에 2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한 '엑시노스 2600'을 탑재하기 위해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3나노에서 2나노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기술적 장벽이 존재한다. 개발 비용은 물론, 설계 난도도 한층 높아지기 때문이다.
2나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생산 경험을 통해 양산의 기초 체력을 다질 필요가 있다. 갤럭시Z 플립7은 그 내실을 쌓는 중요한 시발점이다. 엑시노스 전량 탑재의 승부수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반등의 출발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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