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이재명 정부의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지명됐다. 배 후보자는 LG의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엑사원' 개발을 이끈 AI 전문가로, 뚝심 있는 추진력과 수평·실용적 리더십을 갖췄다는 게 업계 평가다. 민간에서 쌓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관료적 접근과는 다른 방식을 앞세워 정부의 'AI 3대 강국' 전략을 주도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배 후보자는 전날 이 대통령에게서 신임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별다른 소회를 남기지 않은 채 LG AI연구원의 업무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배 원장이 과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였다"며 "당초 국내 언론사 몇 곳이 주최하는 포럼에 연사로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지명으로 관련 일정이 급히 조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976년생인 배 후보자는 광운대에서 전자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전자공학 석·박사를 마쳤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서던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2006년 삼성전자와 프랑스 탈레스 그룹이 합작한 삼성탈레스 종합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AI 기반 로봇 연구를 수행했으며, 2011년에는 SK텔레콤 미래기술원에서 AI 관련 연구 업무를 담당했다. 이어 2016년 LG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LG경제연구원 AI자문 연구위원과 LG유플러스 AI플랫폼담당, LG사이언스파크 AI추진단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2020년부터 LG AI연구원장을 맡아 엑사원 등 AI 분야 연구개발과 사업화 추진을 이끌어왔다. LG AI연구원은 이듬해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 1.0을 처음 공개했다. 이후 2023년 7월에는 엑사원 2.0을, 지난해 해 8월과 12월에는 각각 3.0과 3.5를 선보였다. 올해 3월에는 추론형 AI '엑사원 딥'도 내놨다. 엑사원은 '상위 1% 전문가 AI'를 지향하는 모델로, 기존 범용 AI와 차별화를 꾀했다. 특히 3.0 버전부터는 글로벌 AI 플랫폼인 허깅페이스에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자사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입증해왔다. 엑사원 3.5의 차기 버전인 4.0도 개발 중으로, 조만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배 후보자는 '뚝심 있는 리더'로 평가받는다. 2020년 LG AI연구원이 설립될 당시만 해도 소규모 태스크포스(TF)에 불과했지만 배 원장은 직접 연구 방향을 설정하고 핵심 인재를 모으며 조직을 키웠다. 현재 LG AI연구원 인력은 300명에 달하며, 엑사원 개발은 물론 산업별 특화 AI 모델 연구까지 병행하는 '국가대표 AI 조직'으로 자리잡았다. 아울러 그는 직급 대신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호칭 체계를 도입하거나 회의 중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분위기를 만드는 등 수평적이고 실용적인 리더십을 실천해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서 초거대 AI 모델을 끈기 있게 자체 개발해온 곳은 LG와 네이버 정도"라며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엑사원이 국내외에서 지금의 기술적 위상을 갖게 된 데는 배 원장의 뚝심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님 호칭이 어색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수평적인 문화 안에서도 성과에 대한 기준은 분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배 원장은 조직 운영을 누구보다 세심하게 챙기는 스타일"이라며 '엑사원 대외 홍보에도 직접 발로 뛰며 주요 파트너들과의 미팅에 적극 나섰다"고 덧붙였다.
배 후보자는 앞으로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3대 강국 달성을 위한 국가 전략 수립에 주력할 전망이다. 특히 '소버린(주권) AI'를 비롯해 국내 독자 AI 기술의 연구개발과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초대 AI미래기획수석에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 겸 네이버 퓨처AI센터장을 맡고 있던 하 수석을 발탁한 바 있다. 민간 기업 출신인 배 후보자와 하 수석이 잇따라 중용된 것은 AI 정책을 기존 관료적 접근 대신 실무·현장 중심으로 추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두 사람 모두 민간에서 AI 전략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해본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다.
이날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 첫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정부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 실현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각계각층 전문가 및 현장과 폭넓게 소통하며 발로 뛰는 장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또 "AI는 특정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산업과 기술에 융합돼야 하며 국민 모두가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이라며 "세계 수준의 AI를 만들기 위해선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배 후보자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LG AI연구원장직 후임 인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만간 내부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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