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1년가량 미뤄지고 있는 7조8000억원 규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번함 건조를 위한 한화와 HD현대의 샅바 싸움은 지속되고 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등 각 그룹 오너3세는 대선 직전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며 경쟁 구도를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한화오션의 성패가 KDDX 개념설계 원본 도용 처분 향방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게 되면 방위사업의 공정성과 신뢰성 흠결에 따라 한화오션도 향후 사업 수주 등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될 가능성이 있다.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갈등에서 쟁점 중 하나는 한화오션이 2020년 방위사업청에 제출한 KDDX 입찰 경쟁을 위한 기본설계 제안서가 자체 작성·보관하던 개념설계 보고서 일부 내용과 같은 것으로 드러난 부분이다. 이는 군사기밀 무단 활용 측면에서 법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2020년 KDDX 기본설계 제안서를 제출할 때 2013년 생성된 자료 일체를 방사청에 전부 제출하지 않고 일부 원본·사본을 자체 보관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자료를 인용해 기본설계 사업 수주를 위한 제안서를 작성한 행위가 군사기밀의 무단 활용 여부, 유출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다.
우선 해당 자료를 불법으로 보관한 혐의의 경우 공소시효 10년이 넘어 국군방첩사령부가 불입건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첩사의 불입건 처리를 놓고서도 방사청과 한화오션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방사청의 경우 불입건인 만큼 행정 제재 필요성 등을 검토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입건의 경우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는 의미다. 공소시효 도과 문제로 수사 자체를 시작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수사 결과 혐의없음 처분하는 무혐의와 다르다. 반면 한화오션은 불입건을 두고 조사 결과 수사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방사청이 행정 제재에 관한 내부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한화오션 쪽에 개념설계 불법 인용에 따른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라 한화오션이 방사청에 제안서를 제출한 행위가 누설·유출·침해사고 등으로 인정되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문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행정법 전문인 김영환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한화오션의 경우 제안서 제출과 관련해 탐지·수집으로 가면 제척기간 주장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제안서 제출 행위가 누설, 유출, 침해, 보안사고로 인정되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문제될 수 있다"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2021년 방사청 평가검증위원회에서 한화오션에 '문제 없음'으로 처리한 방사청 고위인사가 한화오션 임원으로 입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화오션 입장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 추가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KDDX 사업 담당자였던 방사청 전 해군 준장이 지난달 돌연 전역하면서 논란은 재점화된 모습이다. 방사청은 애초 한화오션의 개념설계 원본 도용에 계약위반 요소가 있다고 판단해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의 수의계약 쪽으로 가닥 잡았으나 한화오션의 반발 속에 무위로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KDDX 사업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한화오션에서 법적 대응을 언급하며 방사청 전 사업담당 부장을 압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오션 측은 방사청이 업체 간 이해관계 조율 의지는 부족하면서 수의계약을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이 사업 지연 책임에서 벗어나고 수의계약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으로 한화오션 행정처분 문제를 꺼냈다는 의혹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부정당업체 제재의 내부검토는 지난 4월 언급된 이후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행정처분의 필요성 여부 등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들여다보는 상황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며 "개념설계 보고서 무단 보유와 활용에 관한 사항은 KDDX 사업추진 방안 결정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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