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국민연금이 올해 사모펀드(PEF) 출자사업 대상을 미드캡(중형)에 맞추기로 했다. 올해는 중소·중견 하우스 중심의 펀드레이징 경쟁이 치열한 점을 시장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대규모 출자에 나설 만한 수요가 적어지면서 올해 바이아웃 펀드 출자규모가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GP) 선정 기준, 출자규모 등 구체적인 블라인드 PEF 출자사업 규정을 수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출자사업 지연으로 국민연금이 올해 PEF 출자를 건너뛸 가능성도 나왔지만 사업은 계획대로 착수할 방침이다. 통상 국민연금은 3~4월쯤 GP 선정 공고를 게시한 후 6~7월쯤 최종 GP를 선정해왔다.
올해 국민연금은 라지캡 대신 미드캡 위주로 PEF 출자를 계획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 단위 펀드를 운용하는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의 대형 운용사들 대부분이 지난해를 끝으로 펀드레이징을 마무리했다. 반대로 올해는 중형 하우스 중심으로 조 단위에 미치지 못하는 수천억원 규모 펀딩 경쟁이 치열한 양상이다.
실제 올해 펀드레이징에 시동을 건 H&Q코리아와 이음PE, 제네시스PE, JKL크레딧 등의 하우스 대부분은 3000억원~7000억원 규모를 목표로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거의 유일하게 조 단위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 글랜우드PE의 경우 일찍이 수시출자 방식으로 국민연금 자금을 확보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 지난해와 같이 수천억원을 출자할 만한 초대형 펀드가 없는 셈이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국민연금은 별도의 리그를 구분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정 범위 내에서 운용사가 출자금을 자율 제안하는 방식이다. 지난 2023년과 2024년에는 3~4곳의 GP를 선정해 펀드 별로 1000억원~3500억원을 출자했다. 다만 올해 국민연금이 미드캡에 방점을 찍은 만큼 최소 출자액과 최대 출자액 모두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올해 출자는 이른바 체급이 낮아지는 만큼 그 규모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각 하우스당 500억~1000억원 규모로 4~5개사 이상에 출자가 이뤄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초 국민연금은 새로운 자산배분 기준인 '기준 포트폴리오'를 대체투자 부문에 적용하면서 이전 계획과 다르게 출자규모 변동이 가능한 상황이다. 해당 규정은 개별 투자 자산을 주식(위험자산)과 채권(안전자산) 등 큰 틀로 나눠 위험자산 비중을 매기는 방식이다. 큰 틀에서 위험자산 비중이 일정하게 유지될 경우 개별 투자자산은 유연하게 운용 가능하다.
기존에 국민연금은 ▲주식 ▲채권 ▲인프라 ▲부동산 ▲사모 등의 개별 투자자산을 정해진 운용 비중에 따라 투자해 왔다. 다만 기준 포트폴리오 규정을 적용하면 위험자산 비중만 유지할 경우 개별 투자자산은 한도에 구애 받지 않고 투자가 가능하다. PEF 출자규모를 줄이더라도 다른 투자 자산에 배분이 가능하도록 내부 규정은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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