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애경산업이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 에이텍세종을 123억원에 인수하면서 기업가치 산정의 적정성과 거래 배경을 둘러싼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산 및 수익 구조에 비해 과도한 가격이라는 지적과 함께 그룹 지배주주 측의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애경산업 측은 수직계열화 및 사업 시너지를 위한 전략적 인수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 4월 18일 비상장사 에이텍세종의 지분 100%(2만4950주)를 장외에서 123억원에 매입했다. 주당 매입가는 약 49만3930원이다. 이번 거래를 통해 에이텍세종은 애경산업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됐다.
에이텍세종은 2021년 10월 애경그룹 에이텍에서 인적분할돼 설립된 화장품 포장재 제조 전문 기업이다. 주로 애경산업의 화장품과 생활용품 용기를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 186억원 중 약 57%인 106억원이 애경산업과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익편취 규제를 사전에 해소하려는 목적이 내포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수 이후 해당 거래는 자회사 간 내부거래로 전환돼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거래 가격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에이텍세종은 지난해 영업이익 2억3487만원, 순이익 1억7251만원을 기록한 비교적 소규모 기업으로 자본총계는 102억원, 유형자산은 67억원 수준이다. 이번 인수 가격은 순이익 기준 PER(주가수익비율) 약 71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관련 업종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에이텍세종 기업가치 고평가 배경에 오너일가 지배구조가 고려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에이텍세종 지분구조 상 이번 딜을 통해 오너일가가 쏠솔한 가외수입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에이텍세종의 지분 구조를 보면 오너일가가 절반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가족회사로 평가된다. 지난해 말 기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0.10%(26주), 장남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28.67%(7152주), 차남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가 17.91%(4468주), 삼남 채승석 AK홀딩스 지속가능경영실장 부회장이 3.32%(882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나머지 50%(1만2475주)는 에이텍세종 공동대표 윤광호 씨가 들고 있었다.
지분율에 따른 단순 계산 시 오너일가는 이번 거래로 약 62억원의 현금을 손에 쥔 것으로 추정된다. 채형석 부회장 35억원, 채동석 부회장 22억원, 채승석 부회장 4억9000만원 수준이다.
이번 인수가 기업 구조를 정리하는 동시에 오너일가의 현금 확보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는 이유다. 특히 애경그룹이 애경산업의 매각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상장사인 애경산업의 자금이 비상장 가족회사의 지분을 매입하는 데 사용됐다는 점은 주주가치 훼손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 가족회사에 대한 고가 인수는 주주 관점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애경산업이 매각을 앞둔 상황에서 내부거래 해소를 목적으로 인수를 결정했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오너일가의 지분 정리와 자금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애경산업 관계자는 "외부 평가기관을 통해 기업가치를 산정받은 뒤 공정한 평가를 거쳐 인수를 결정한 것"이라며 "에이텍세종은 포장용 플라스틱 성형 용기 분야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업체로 애경산업 외에도 한국콜마, 매일유업, 스타벅스 등 다양한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이텍세종 인수는 그룹 내부에서도 오랜 기간 논의된 사안이며 해당 사업의 특성상 애경산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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