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올해 80돌을 맞는다. 1945년 창립한 아모레퍼시픽은 1960년대 '오스카'라는 브랜드로 첫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해 '아모레' 브랜드를 내놓으며 국내 화장품 업계를 대표하는 거목으로 성장해나갔다. 2011년 본격적인 그룹체제로 전환했지만 사드 보복과 코로나19라는 큰 파고를 겪으며 지난 몇 년간 체질개선에 고삐를 쥐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부침을 딛고 양적, 질적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목표점을 수립했다. 이에 딜사이트는 아모레퍼시픽의 목표 달성을 위한 선결과제를 짚어봤다.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해외시장 다각화와 함께 아모레퍼시픽 체질개선의 한 축에는 브랜드 리밸런싱(재조정)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을 대표하는 브랜드인 설화수와 이니스프리는 각각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지만 현재는 그 기세가 사뭇 꺾인 상태다. 오히려 코스알엑스와 라네즈 등이 새로운 성장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기존 주력 브랜드의 역할과 성장 전략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높아졌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인 설화수는 면세업황 악화에 타격을 입은 동시에 국내에선 초고가 브랜드 사이에서 입지가 애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 측은 단일 브랜드의 구체적인 매출 변화는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설화수의 국내 매출은 성장세를 멈춘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설화수의 순수 국내 매출을 성장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설화수의 국내 주요 판매채널은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백화점과 면세점이다. 설화수가 성장세를 멈춘 건 럭셔리 브랜드로서 위치가 흔들리고 있는 탓이다. 실제 설화수의 럭셔리 라인인 진설라인의 60ml 크림 가격은 52만원으로 해외 유명 브랜드는 물론 국내 패션기업인 한섬이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의 초고가 라인인 크림(50ml·125만원)과도 2배 가량 가격 차이가 난다. 초고가와 초저가로 양분된 화장품 시장에서 설화수가 고전하는 사이 오에라 등 초고가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다.
설화수가 안고 있는 또 다른 숙제는 '엄마 화장품'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11월 조직개편을 통해 설화수를 유닛(가장 큰 단위의 조직) 단위로 따로 떼어내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후 2022년 6월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인 로제를 설화수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하고 리브랜딩 캠페인을 전개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데 열을 올렸다.
이후 지난해 5월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브랜드유닛장에 1975년생인 정혜진 부사장을 앉혔다. 정혜진 부사장은 2020년 주요 브랜드 책임자에 1970년대 출생이 대거 발탁된 해에 라네즈브랜드 유닛장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설화수를 이끌 브랜드유닛장에 '젊은피'를 수혈하면서 설화수 브랜드 제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설화수와 함께 아모레퍼시픽의 또 다른 축인 이니스프리 역시 실적 반등을 위해 리브랜딩과 함께 신규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작년 3분기 이니스프리는 전년 동기 대비 17.6% 줄어든 54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1.8% 감소한 10억원에 그쳤다. 이는 순수 국내 매출로 이니스프리와 '로드숍 전성기'를 함께했던 토니모리, 에이블씨엔씨(미샤) 등 중저가 로드숍 브랜드가 리브랜딩을 거쳐 실적 회복세에 들어간 것과 대조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니스프리 국내 매출이 감소한 이유에 대해 "오프라인 가맹점을 줄이는 동시에 리브랜딩을 위한 투자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니스프리는 '제주', '청정'으로 대표되던 브랜드 이미지를 '성분' 중심으로 바꾸는 리브랜딩을 단행했다. 레티놀 등 고기능성 성분을 내세운 주력 상품을 내놨다. 동시에 국내 오프라인 로드숍은 크게 줄였다. 2019년 750여개에 달했던 이니스프리 가맹점 수는 작년 3분기 기준 214개로 3분의 1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시장 상황도 국내와 비슷하다. 이니스프리는 중국에서 일본과 미국으로 주요시장을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한령과 코로나 팬데믹(코로나19)을 거치며 2019년 600여개에 달했던 중국 오프라인 매장은 전부 정리하기로 했다. 대신 리브랜딩을 거쳐 만든 고기능성 상품을 내세워 일본과 미국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와 이니스프리가 대표격 브랜드인 만큼 향후에도 꾸준한 투자로 반등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설화수는 리브랜딩 이후 최근 긍정적인 턴어라운드 시그널을 보이고 있고 이니스프리는 채널별 투자 다각화를 통한 실적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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