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80돌을 맞는다. 1945년 창립한 아모레퍼시픽은 1960년대 '오스카'라는 브랜드로 첫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해 '아모레' 브랜드를 내놓으며 국내 화장품 업계를 대표하는 거목으로 성장해나갔다. 2011년 본격적인 그룹체제로 전환했지만 사드 보복과 코로나19라는 큰 파고를 겪으며 지난 몇 년간 체질개선에 고삐를 쥐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부침을 딛고 양적, 질적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목표점을 수립했다. 이에 딜사이트는 아모레퍼시픽의 목표 달성을 위한 선결과제를 짚어봤다.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오프라인 위주였던 아모레퍼시픽의 유통채널이 코로나 팬데믹(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온라인 매출액은 국내 화장품기업 가운데 가장 크다. 온라인으로 유통채널 전환을 마친 아모레퍼시픽의 다음 과제는 '선택과 집중'이다. 특히 마진·관리 측면에서 유리한 자사몰 활용도 높이기가 과제가 될 전망이다.
2023년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매출에서 온라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로 집계됐다. 지난해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다. 비중으로 보면 국내 화장품 온라인 침투율인 41%(2024년 11월 기준)보다 낮지만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국내 이머커스 화장품 시장에서 1위 규모다.
백화점과 면세점, 소매점(로드숍) 등 오프라인 판매 채널에 의존하던 2019년까지만 해도 아모레퍼시픽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8%에 그쳤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온라인 매출 비중은 급격히 높아졌다.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판매채널 재편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유통채널은 올리브영과 같은 멀티브랜드숍, 쿠팡과 무신사 등 각종 온라인플랫폼으로 다각화됐다. 아모레퍼시픽은 가맹점주와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아리따움과 이니스프리 등 오프라인 가맹점이 주요 판매채널이던 브랜드를 올리브영에 입점시키기도 했다. 방문판매원과의 갈등이 빚어졌던 설화수를 제외하고 이니스프리, 라네즈 등 주요 브랜드 역시 쿠팡 직매입 상품으로 팔리고 있고, 무신사와는 합자조합을 결성하며 무신사뷰티 오픈 초기 단계부터 합류했다.
단순히 판매채널만 재편된 게 아니다. 유통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올리브영과 쿠팡의 경우 판매상품을 직접 매입한다. 아모레퍼시픽의 전통적인 유통채널인 백화점의 경우 일정 수수료를 받고, 재고와 판매사원 관리는 제조사에 맡기는 구조다. 반면 올리브영과 쿠팡은 상품을 직접 매입해 재고관리부터 판매까지 제조사가 아닌 유통채널이 직접한다. 아모레퍼시픽 상품이라고 해도 올리브영과 쿠팡이 상품 구성, 가격 결정권 등을 가지고 갈 수 있는 이유다.
실제 정가 2만2000원인 라네즈립 슬리핑 마스크 EX(20g)는 아모레퍼시픽의 직영 온라인몰인 아모레몰에서 20% 할인가인 1만76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쿠팡에서는 37% 할인가인 1만3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쿠팡이 직접 매입한 상품이다 보니 재고관리 측면에서 할인율 등도 유통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구조 때문이다.
다만 재고와 사후관리 부담을 덜어도 된다는 건 장점이지만 가격결정권을 빼앗기는 건 제조사 입장에서 브랜드 이미지 관리 등에는 치명적이다. 아직 남아있는 가맹점과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뛰드의 경우 가맹사업을 완전히 정리했지만 아리따움(385개)과 이니스프리(214개) 가맹점은 여전히 600개 가량 남아있다.

결국 마진과 브랜드 이미지를 생각하면 중장기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직영 온라인몰인 아모레몰을 키우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직영몰의 경우 자사 제품만 판매하기 때문에 충성도 높은 소비층이 있어야 하고, 가격이나 배송 측면에서 소비자를 유인할 강력한 무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갖추기 쉽지 않은 부분은 향후 과제로 남았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이를 인지하고 아모레몰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 측은 아모레몰의 구체적인 매출이나 비중은 밝히지 않았지만 작년 9월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구매 고객수는 18.5% 성장했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세페(아모레 세일 페스타)'나 '선물하기' 등 다양한 고객 경험을 제공한 부분이 아모레몰 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