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한 무신사의 출발점이다. 무신사는 지난 2002년 한 고등학생이 온라인 커뮤니티 프리챌에 스니커즈 마니아 커뮤니티를 개설하며 시작됐다. 그 학생이 바로 조만호 무신사 총괄대표였다. 이듬해인 2003년, 그는 무신사닷컴을 설립하고 신발 관련 콘텐츠를 다루는 무신사매거진을 발행했으며 2009년에는 현재의 무신사스토어를 열었다.
초기 무신사는 국내 도메스틱 브랜드가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해 디자이너 브랜드들에게 무이자로 생산 자금을 지원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러한 상생의 과정 속에서 무신사는 단순한 커뮤니티에서 국내 패션업계 최초의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단 15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 결과 무신사의 거래액은 2013년 100억원을 돌파한 뒤 2015년 1000억원, 2020년 1조원, 2023년 4조원을 넘어섰다. 빠른 성장 속에서 2023년 기업가치 3조5000억원을 인정받으며 IPO(기업공개) 준비에 나서는 등 국내 1위 패션 전문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몸집이 커질수록 잡음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입점사들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입점 브랜드 제품의 혼용률 오기재 논란, 특정 소비자 대상 쿠폰을 전 회원에게 지급하는 시스템 오류 등이 연이어 발생했다.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2021년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한 쿠폰 발행 이벤트와 각종 이미지 논란 등으로 조만호 대표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지난해 복귀한 이후에도 무신사는 지속적인 구설에 시달리고 있다. 경쟁 플랫폼과 거래하는 브랜드를 불이익 조치했다는 '갑질' 의혹, 상품기획자(MD)들이 입점 브랜드에 과도한 할인율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불거졌다.
또한 무신사가 입점업체에 30%에 육박하는 높은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점, 면접 과정에서 구직자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점도 무신사의 갑질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과거 동반 성장을 강조했던 무신사의 모습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한때 창업자의 비전과 철학을 바탕으로 성장했던 무신사가 대기업식 운영방식을 택하면서 이제는 '초심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무신사가 국내 패션업계에 기여한 바는 분명 크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고 패션 커뮤니티에서 출발해 독보적인 패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여전히 무신사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하지만 진정한 1위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외형 성장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브랜드, 나아가 소비자들과의 상생이라는 본질을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무신사의 시작이 단순한 가격 할인과 프로모션이 아니었던 것처럼 플랫폼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다시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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