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메리츠화재의 MG손해보험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MG손해보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가 선정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노조 반발로 실사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MG손해보험의 경우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한 상태로 다른 인수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이번 매각 시도가 불발될 경우 재매각 대신 청산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9일 MG손보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마자 실사에 돌입했지만 전혀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로 매각을 반대하는 MG손보 노조와 직원들이 자료 제공 등에 협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MG손보 매각을 주도하는 예금보험공사가 노조와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메리츠화재로 매각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협조를 이끌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메리츠화재는 우선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예보와 메리츠화재는 실사 기간을 따로 정해두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MG손보 자체가 크게 매력적인 매물이 아닌 만큼 실사 작업에 차질이 지속될수록 매각 성사 가능성도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사는 이번 거래에서 특히 중요하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의 재무상태 등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는 데다 이번 매각은 우량 자산만 선택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당초 메리츠화재는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예보와 인수할 자산과 매각 가격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예보 관계자는 "실사는 직원들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라 노조와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메리츠화재와는 최대한 빨리 실사를 해서 협상을 이어가자고 얘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에도 MG손보가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한다면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벌써 여러 차례 매각 작업이 좌초된 상황에서 재매각 추진이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청산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기존 손해보험사로 MG손보의 계약을 이전한 뒤 청산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01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리젠트화재의 경우 여러 번 매각이 불발되자 금융당국은 5개 손해보험사에 계약을 이전한 뒤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MG손보는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장수생' 매물로도 불린다.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뒤 예보 주도로 여러 차례 매각이 추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예보는 2023년 1월과 2023년 8월과 2024년 3월 등 모두 세 차례 매각 공고를 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7월 3차 매각 재입찰 공고 때 처음 등장했다.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메리츠화재가 참여한 3차 매각 재입찰은 유찰됐고 예보는 매각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이후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0월 수의계약 입찰에 참여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MG손보의 매각 추진이 여러 차례 실패한 원인으로는 재무건전성 악화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비율)은 43.4%로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150%)을 맞추려면 공적자금 지원을 받고도 수천억원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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