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MG손해보험 매각 시도가 또 좌초되면서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 눈앞에 4차 공개 매각, 기존 보험사 계약이전, 예금보험금 지급 후 청·파산 등 선택지가 다양하게 놓여 있는 듯 보이지만 이번 매각 실패로 오히려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를 최종 포기하면서 예금보험공사 주도의 3차 매각 시도도 무산됐다. 2022년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뒤 예보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업무 위탁을 받아 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이날 "예금보험공사로부터 MG손보 매각과 관련해 보험계약을 포함한 자산부채이전(P&A) 거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각 기관의 입장차이 등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보는 금융당국과 MG손보 정리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파악되는데 사실상 매각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번 MG손보 매각 실패 사례에 비춰볼 때 MG손보 노조의 반대를 뛰어넘는 게 관건으로 부각됐는데 이를 감내할 인수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업계에선 이전과 달리 3차 매각 시도가 어느 정도 진척을 보인 배경으로 예보가 자산부채이전(P&A) 매각 방식을 허용하고 공적자금 투입을 약속한 점을 꼽는다. MG손보의 매물로서 매력도가 크게 낮은 상황에서 그나마 인수자의 자금 부담을 줄인 덕분에 메리츠화재 등도 인수에 나서게 됐다는 의미다.
P&A 방식은 회사를 통째로 사들이는 M&A와 달리 우량 자산과 부채를 골라 인수할 수 있다. 특히 고용 승계 의무가 없다. 인수자 입장에서 고용 승계 의무가 없는 점은 큰 메리트다. 하지만 MG손보 노조 입장에서는 바로 이 점 때문에 매각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 MG손보 노조가 메리츠화재로 매각을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도 고용 불안이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 4차 매각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성사 가능성을 높이려면 기존 매각조건을 그대로 가져가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 비춰볼 때 가까스로 인수 후보를 찾는다 해도 결국 MG손보 노조의 반대라는 장애물에 부딪힐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재매각 카드를 빼면 금융당국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둘로 줄어든다. 기존 보험사 계약이전, 예금보험금 지급 후 청·파산 등이다. 금융당국은 앞서 메리츠화재가 매각에서 철수하면 4차 공개 매각과 함께 앞의 두 가지 정리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두 가지 방안 모두 금융당국에 부담이라는 점이다. 먼저 기존 보험사 계약이전의 경우 예보는 과거 리젠트화재 정리 사례처럼 계약을 인수할 보험사를 선정하고 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인데 여기에 응할 보험사를 찾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리젠트화재는 2002년 매각 실패 이후 계약조건 변경 없이 전체 보험계약과 자산 대부분을 5개 보험사(동양화재·삼성화재·현대해상·LG화재·동부화재)로 계약이전 방식으로 정리됐다. 소비자 피해는 없었고 당시 예보가 계약을 이전한 보험사들에 2300억원 정도를 지원했다.
예금보험금 지급 후 청·파산은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에 부담이 되는 방안이다. 고객은 예보가 보장하는 5000만원 한도 내에서만 보험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예보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MG손보 청·파산을 하게 되면 5000만원을 초과하는 보험계약자들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보험 본연의 위험 보장 기능이 상실돼 124만명의 MG손보 보험 계약자들이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날 "매각절차 지연으로 MG손보의 건전성 지표 등 경영 환경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으며 MG손보의 독자생존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보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논의 후 MG손보 정리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며 "앞서 밝혔던 대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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