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올해 '큰 손' 금융지주들이 벤처출자 예산을 감축하면서 다수의 벤처캐피탈(VC)들이 펀드레이징(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 벤처출자 리스크를 완화시키기 위해 금융위원회와 위험가중자산(RWA) 하항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18일 중기부 고위 관계자는 "은행이 보다 과감하게 벤처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내년부터 벤처펀드의 RWA 가중치 특례 조항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VC업계에서는 RWA 가중치를 하향해 은행들의 벤처투자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관련 조항이 국제 기준과 연관돼 있어 조정이 쉽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일정 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 시 RWA 가중치를 하향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주요 금융지주들이 벤처출자를 포함한 대체투자비율을 대폭 줄인 배경에는 '바젤3(BaselⅢ)'에 따른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 목적이 크다. 바젤3는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은행의 손실 흡수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신규 국제은행 자본규제다. 한국은 2020년 6월부터 들여오기 시작해 지난해 1월 도입을 완료했다.
CET1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눠 계산한다. CET1이 높을수록 손실 흡수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통상적인 CET1 비율 법정 규제 수준은 12%이지만 국내 금융지주들은 밸류업(Value-Up) 정책 등을 이유로 CET1을 13%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바젤3 도입 영향으로 현재 금융기관들은 비상장사에 투자하는 사모펀드(PEF)와 VC 등에 출자할 경우 RWA 가중치를 400%로 반영해야 한다. 실제 은행이 벤처투자조합에 출자한 금액은 100억원이라도 장부 상에는 400억원으로 인식하는 구조다. 일반적인 인수금융과 대출성 자산들의 RWA 가중치가 100%인 것과 비교하면 네 배나 높은 수치다. RWA가 커지면 CET1은 낮아지기 때문에 금융지주들이 올 한해 동안 벤처 출자문을 걸어 잠근 것이다.
정부는 바젤3의 예외 조항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바젤3에 따르면 특정 경제 분야의 지원을 위해 정부가 투자금을 보조하고 정부 감독 아래 지분율이나 투자 지역에 제한을 둔다는 전제가 충족되면 RWA 가중치를 기존 400%에서 100%로 낮출 수 있다.
중기부는 정부 혹은 지자체의 정책 자금이 일정 비율 이상 들어가거나 펀드의 주목적이 자본 운용보다는 정책적 목적이 강한 투자조합에 한해, RWA를 100%로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기부는 현재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기부 고위관계자는 "벤처펀드 출자 시 RWA 가중치 예외 조항의 적용 여부를 은행들이 직접 금융당국에 요청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기부가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사이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맡아 금융기관들의 벤처출자 여력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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